당신이모르는병 21

요양기관에 모시면?

오늘은 지방선거일입니다. 선거일은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산에 가거나 나들이를 해왔는데 직장일도 그렇고, 어머님 병간호도 요즘 들어 힘이 들어 아무 계획 없이 한가한 공휴일을 맞았습니다. 아내가 아침을 먹자 해서 일찍 일어나셔서 소파에 앉아 계시는 어머님을 모시러 갑니다. 여전히 어머님은 초점 잃은 눈으로 TV를 멍하니 보고 계십니다. TV에 나오는 대사나 내용은 어머님에게는 이미 무의미합니다. "엄마 밥 먹읍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머님께 식사하자고 알립니다. 그런데 어머니 얼굴표정이 여느 때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만 손을 잡고 부축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손을 획 뿌리치시면서 “내가 왜 너희 밥을 묵노?” 하시면서 아침을 안 드시겠다고 하시면서 격정을 냅니다. 아내와 나는 서로 얼굴을 쳐..

대추 따는 날

대추 따는 날 9월19일 음력으로 8월1일 입니다. 매년 8월이 되면 전국의 야산은 예취기소리가 뒤덮습니다. 내일이 우리 문중에 벌초하는 날입니다. 매년 음력8월 첫째 주 일요일을 벌초하는 날로 정했습니다. 올해는 고조부 산소 성묘 음식을 우리가 차려야 합니다. 장은 미리 봐 두었습니다만 음식을 조리해야 합니다. 토요일인 오늘 시골 가서 음식을 하고 내일 벌초하고 오후에 성묘하기로 되어있습니다. 들어가는 길에 대추밭을 보니 벌써 대추 수확할 때가 되었습니다. 고조부 성묘음식은 뒤로 미루고, 짐을 내리고 서둘러 대추밭으로 향합니다. 어머님도 모시고 갑니다. 대추 주어 담을 마대와 대추 터는 대나무장대, 대추나무 밑에 깔 그물망, 장갑 등을 챙겨 대추밭으로 향합니다. 예정에 없던 대추 따기로 분주합니다. 시..

8월의 마지막 날

8월 마지막 날(월요일) 8월 마지막 날 저녁을 먹습니다. “어머니 저녁 드세요.” 아내의 소리에 어머니를 식탁에 앉힙니다. 식탁에 앉으실 때는 누구의 도움 없이는 혼자 앉는 것이 힘듭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손을 심하게 떠십니다. 자세히 보니 손만 아니라 팔도 심하게 떱니다. “엄마 왜 그러세요,” “몸이 불편하세요?” 자세히 보니 몸도 떠십니다. 식탁에서 떨어지실까 봐 걱정이 되어 옆에서 식사를 도와 드립니다만 마치 손을 털듯이 떠십니다. 왼쪽 손이라 식사 하시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아내도 이제야 그것을 발견하고 병원에 모시고 가자고 합니다. 난 좀 그러시다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저녁을 드시게 하는데 아내는 생각이 다른 가 봅니다. 이틀 전부터 어머니는 몹시 아팠습니다. 속이 울렁거린다면서 구..

초복입니다

오늘은 복날입니다. 아내는 아침일찍 닭백숙한다고 부엌에서 달그락 거립니다. 복날은 언제부터인가 주위의 어른께 보신탕이나 닭백숙을 대접해 드렸는데 아직 방학이 아니라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장인,장모님께 보신탕 사드려라고 돈을 줬습니다. 아내도 돈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제 성의 입니다. 고모는 이제 이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이웃에 막네 이모님이 계시지만 한그릇 사드리겠다고 하면 한사코 거절하십니다. 언니를 모시는 것도 힘들텐데 그럴 필요없다고 손사레를 치십니다. 암튼 복날은 어른께 대접해드리는 날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들들도 이제 대접해 드리고 싶어도 하나둘 대접해 드릴 수 없게 되어갑니다.

현재를 만족하며.......

새벽에 잠을 깼습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입니다. 거실에 어머니가 잠들어 계시고 아무 일도 없는 듯 했습니다. 부엌 쪽으로 이상한 물체가 바닥에 널려 있습니다. 어제 걸레질을 했던 그 바닥에 뭐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엌으로 길게 뭔가 있어 살펴보니 어머니 배설물입니다. 아이쿠, 이걸 어쩌나 밤새 작업을 해 놓으셨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그곳에도 변기며, 바닥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이고 변기 안에는 배설물과 휴지로 가득합니다. 또한 냄새도 장난이 아닙니다. 아내에게 일어나란 소리를 못하고 대충 치우고 있는데 아내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지 거실로 나옵니다. 한 이틀 동안 어머니는 거동을 거의 못하셔서 아내는 어머니 수발하느라 진땀을 빼고 난 후, 어제는 걸음걸이가 좋아지고 해서 우..

병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니 아내는 헤어 드라이기로 전기밥솥을 말리고 있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화가 나계신다. 뭐하느냐고 아내에게 물어보니 어머니가 내솥 없이 전기밥솥에 쌀을 부어 밥을 안쳐놓아서 전기밥솥을 못 쓰게 만들어 놓았단다. 요양보호사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들어왔는데 그 사이에 밥이 걱정이 되셨는지 밥을 안쳐놓았는데 밥이 아직 안된다고 말씀하셔서 아내가 전기밥솥을 열어보니 내솥 없이 밥을 안쳐놓았더란다. 오늘 아내는 친정집이사 때문에 처가에 가고(처가도 장모님은 허리수술이 잘못되어 하반신을 거의 못쓰시고, 장인어른은 정맥류가 터져 거의 두 달 동안이나 중환자실에 계실정도로 대수술을 2년 전에 하시고 지금은 활동하시는 데는 지장이 없으나 똥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계시는 중이다.) 나는 어머니를 ..

치매걸렸나? 라는 농담 알고 보면 엄청난 저주입니다

치매 걸렸나? 라는 농담 알고 보면 엄청난 저주입니다.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보고 흔히들 치매 걸렸나 하고 농담을 합니다만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알면 그렇게 농담을 못할 겁니다. 치매가 걸리면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먹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남의 의지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죄를 지어 감옥에 가면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먹고 행동해야합니다만, 생각만큼은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의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치매는 종신형을 받은 죄수보다 더 못한 삶인 것 같습니다. 몇 달 전에 어머니가 천사가 와서 돈을 준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천사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환상이라고 좋게만 생각했습니다만 그건 치매가 진행되는 한 과정인 망상 증세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

어머니만의 간병으로 끝이지 않는병

어머니만의 간병으로 끝나지 않는병 어제는 부친 제사였습니다. 아내는 이것저것 시장 보는 일과 음식 장만하는 일로 일주일 전부터 바빴습니다. 오후에는 형제들이 올 것입니다. 큰누님도 출발했단 연락을 받습니다. 나도 거실청소, 방청소, 화장실 청소를 합니다. 어머니는 부산해진 집안의 분위기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느끼십니다. 베란다에 널어놓은 햇볕에 더 말려야 되는 이불을 걷어 들입니다, “엄마 아직 그 이불은 걷지 말아야 되요. 아직 더 말려야 됩니다.”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도 널어놓으면 바로 걷어 들립니다. 한동안 그렇게 집안 청소를 하는 동안 어머니도 왔다갔다 무언가 하십니다. 서툴지만 걸레를 빨고 방청소도 거듭니다. 제일 먼저 누나와 막내재수가 조카들과 같이 도착합니다. 아내는 음식을 내어놓고 부산..

치매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지친 아내가 안스러워..

요양보호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가 안에서 또 문을 걸어 놓으셨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안전 고리로 걸어 놓아서 밖에서 문을 열고 문을 밀치면 안에 어머니를 볼 수 있었나 봅니다. 30분을 승강이를 한 후에 문이 열렸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니 어머니는 마음이 많이 상해 계십니다. 누군가 문을 걸어 놓아서 자기도 피해자다고 생각하십니다. 아내는 많이 지쳐 있는 듯합니다. 문을 잠근 날은 어머니의 상태가 안 좋은 때가 많기 때문에 일찍 퇴근해보니 어머니는 요양보호사가 간 후에 과식했습니다. 식사한 것을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자꾸 음식을 드십니다. 식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밥 먹자고 하십니다. 금방 먹었다고 그러면 수긍 하실 때도 있고 수긍 안하실 때도 있습니다. 집에 사람이 없으면 혼자 밥을 챙겨..

"통닭 시켜먹자"

"통닭시켜먹자" 매일 요양보호사가 집에 옵니다. 어머니 밥 차려드리고, 어머니 옷가지 빨래하고 어머니와 같이 놀아주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포근한 봄날이라 바깥에 산책시켜드리라고 식탁위에 걸어놓은 화이트보드에 아내가 써 놓았습니다. 우리 같은 부부에게는 노인 요양보험제도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참여정부에서 치매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치매노인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도입한 제도입니다. 만약 이 제도가 없었다면 아내는 어머니의 병간호 때문에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 될 것입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병원에서는 간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요양병원에 한 달간 모신 적 있습니다. 요양 병원에 계실 때는 매일 병원에 가봐야 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는 사람이 그리워서 누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시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