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모르는병

8월의 마지막 날

머투리 2009. 9. 1. 09:17
 

8월 마지막 날(월요일)


  8월 마지막 날 저녁을 먹습니다. “어머니 저녁 드세요.” 아내의 소리에 어머니를 식탁에 앉힙니다. 식탁에 앉으실 때는 누구의 도움 없이는 혼자 앉는 것이 힘듭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손을 심하게 떠십니다. 자세히 보니 손만 아니라 팔도 심하게 떱니다. 

“엄마 왜 그러세요,” “몸이 불편하세요?” 자세히 보니 몸도 떠십니다. 식탁에서 떨어지실까 봐 걱정이 되어 옆에서 식사를 도와 드립니다만 마치 손을 털듯이 떠십니다. 왼쪽 손이라 식사 하시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아내도 이제야 그것을 발견하고 병원에 모시고 가자고 합니다. 난 좀 그러시다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저녁을 드시게 하는데 아내는 생각이 다른 가 봅니다.

  이틀 전부터 어머니는 몹시 아팠습니다. 속이 울렁거린다면서 구토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는 병원에 모시고 가서 진찰을 받고 링거 주사 맞으시고 겨우 몸이 좋아진 상태입니다. 아내는 자기 몸도 불편한데 어머니 병 수발하느라 이만 저만 고생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38도를 오르내리는 고열로 기진맥진한 상태입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그랬으니까 오늘까지 4일째입니다. 이것저것 신경도 많이 쓰이고 내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아내는 저렇게 떠는 것이 중풍으로 진행될까봐 병원에 가서 긴급처방을 받자는 생각입니다. 만약 방치해서 마비가 오면 그 감당을 어떻게 하겠느냐 나중에 후회하느니 지금 병원에 가서 긴급 처방을 받자는 생각입니다. 아내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백병원 응급실에 가니 침대가 없을 정도로 붐빕니다. 의자에 어머니를 눕혀놓고 의사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이것저것 묻습니다. 언제부터 그러느냐 전에 무슨 병을 앓았느냐, 심전도 검사, X-ray, 소변검사, 피검사, 이것저것 문진하고는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고 합니다. “MRI등의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 “전에 뇌경색은 어느 병원에서 진료 받았느냐?” 사실 전에는 대구 파티마 병원에서 치료 받았기 때문에 여기 백병원은 진료 자료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전에 다른 병으로 몇 년을 이곳 백병원에서 치료 받은 적은  있습니다.

사실 내가 의사라도 모르겠다고 할 겁니다. 의사라도 몸속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서 검사안할 구실하나를 찾아냅니다. 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떨지 않는 것으로 보아 뇌경색으로 인한 발작 증세 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겁니다. 옳다구나 중풍을 의심했는데 발작 증세는 전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파티마 병원에서도 발작 증세에 대한 처방을 받은 상태라 집에 발작약도 있습니다. 그럼 치료를 받지 않고 가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병원에 와서 MRI는 아니더라도 검사 상으로 이상이 없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고 홀가분합니다. 링거를 다 맞을 때 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렇게 8월 마지막 날 월요일이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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