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따는 날

 

대추 따는 날

   9월19일 음력으로 8월1일 입니다. 매년 8월이 되면 전국의 야산은 예취기소리가 뒤덮습니다. 내일이 우리 문중에 벌초하는 날입니다. 매년 음력8월 첫째 주 일요일을 벌초하는 날로 정했습니다.

   올해는 고조부 산소 성묘 음식을 우리가 차려야 합니다. 장은 미리 봐 두었습니다만 음식을 조리해야 합니다. 토요일인 오늘 시골 가서 음식을 하고 내일 벌초하고 오후에 성묘하기로 되어있습니다.  들어가는 길에 대추밭을 보니 벌써 대추 수확할 때가 되었습니다. 고조부 성묘음식은 뒤로 미루고, 짐을 내리고 서둘러 대추밭으로 향합니다. 어머님도 모시고 갑니다.

   대추 주어 담을 마대와 대추 터는  대나무장대, 대추나무 밑에 깔 그물망, 장갑 등을 챙겨 대추밭으로 향합니다. 예정에 없던 대추 따기로 분주합니다. 시골에 오면 늘 이렇게 예정에 없던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여름에 다른 일 보러 갔는데 뜨거운 햇빛에 풀이 웃자라 서둘러 풀을 베어야 한다든지, 병충해가 갑자기 나타나 예정에 없던 약을 쳐야 한다든지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대추밭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몸을 사리지 않고 옛날 몸이 성할 때처럼 일을 하십니다.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로 일하십니다.  이번에 따지 않고 다음 주에 오면 대추는 수확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대추를 얼마 따지 않아 해가 저뭅니다. 일을 마치고 시골집으로 갑니다. 오랫동안 거처하지 않아 먼지투성이인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털어냅니다. 그리고 LPG가스도 넣고 아내는 저녁을 차립니다. 저녁을 먹고 놉을 하기위해 회관으로 갑니다. 내일 성묘는 뒤로 미루고 대추부터 따야하기 때문입니다. 회관에 가서 사정 예기를 했더니 집안 아주머니들이 일을 해 주겠다고 자청해서 나섭니다. 아주머니라 하지만 모두 70이 넘은 할머니들입니다. 고향에서 나올 때부터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은 없고 고스란히 그 사람들이 여태까지 사니까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만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을 해주겠다고 나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집에 오니 동네 사람이 어머니 뵈러 와계십니다. 아내보고 술과 안주를 차려오라 해니 묵이랑  저녁 반찬 했던 쇠고기 볶음이랑을 차려 왔는데 조촐한 술상이 되었습니다. 들어올 때 누님한테 들렀는데 누님이 어머니 드리려고 도토리묵을 해 놓았습니다. 그 묵을 가져 왔는데 오늘 술안주로 술상에 올랐습니다. 술을 권하니 잘 드십니다.  시골에 있었던 이야기, 옛날예기로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10시 반이 넘어서야 일어섭니다. 내일 일 때문에 일찍 자둬야 하는데 꽤 늦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니 대구 동생이 벌초하러 들어옵니다. 동생한테 문중 벌초를 맡기고 서둘러 대추밭으로 갑니다. 이미 아주머니들은 대추를 따고 있습니다. 시골의 부지런함이 도회지에서 익숙해진 우리들을 당혹하게 만듭니다. 암튼 대추 따기가 시작되었으니 열심히 대추를 땁니다. 오늘 오전에만 대추를 따고 오후에는 성묘하러 가야 합니다. 거기다가 음식까지 장만해야 합니다. 마음이 바쁘지만 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가 어머니까지 챙기려니 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서둘러 준비했습니다만 산에서는 성묘 음식이 안온다고 사람을 보냈습니다. 겨우 차에 싣고 고조부산소로 향합니다. 벌초를 끝내고 집안사람들이 그늘에 않아 계십니다. 멀리 객지에서 왔기 때문에 서둘러 성묘를 해야 차가 안 막히고 돌아갈 수 있는데 음식이 늦어 미안합니다.

그래도 준비해간 축문을 고하고 성묘를 합니다.

그렇게 성묘는 끝났지만 다시 대추 따러 밭에 갑니다. 높은 오전에만 했기 때문에 오후에는 우리끼리 해야 합니다. 다행히 울산 여동생이 와서 일을 도와줍니다. 그래도 오늘 다 끝내지 못하고 수확한 대추를 차에 싣고 집에 옵니다. 수확한 대추는 말려야 합니다. 이웃 친척집에 대추를 말려 달라고 부탁을 해놓았습니다만 아직 들에서 돌아오지 않아 기다려 건조장에 대추를 넣고 나니 8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생대추 세마다리와 집을 챙겨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집을 나섭니다. 이렇게 바쁜 이틀이 지나갑니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