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증상 6

병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니 아내는 헤어 드라이기로 전기밥솥을 말리고 있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화가 나계신다. 뭐하느냐고 아내에게 물어보니 어머니가 내솥 없이 전기밥솥에 쌀을 부어 밥을 안쳐놓아서 전기밥솥을 못 쓰게 만들어 놓았단다. 요양보호사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들어왔는데 그 사이에 밥이 걱정이 되셨는지 밥을 안쳐놓았는데 밥이 아직 안된다고 말씀하셔서 아내가 전기밥솥을 열어보니 내솥 없이 밥을 안쳐놓았더란다. 오늘 아내는 친정집이사 때문에 처가에 가고(처가도 장모님은 허리수술이 잘못되어 하반신을 거의 못쓰시고, 장인어른은 정맥류가 터져 거의 두 달 동안이나 중환자실에 계실정도로 대수술을 2년 전에 하시고 지금은 활동하시는 데는 지장이 없으나 똥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계시는 중이다.) 나는 어머니를 ..

치매걸렸나? 라는 농담 알고 보면 엄청난 저주입니다

치매 걸렸나? 라는 농담 알고 보면 엄청난 저주입니다.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보고 흔히들 치매 걸렸나 하고 농담을 합니다만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알면 그렇게 농담을 못할 겁니다. 치매가 걸리면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먹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남의 의지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죄를 지어 감옥에 가면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먹고 행동해야합니다만, 생각만큼은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의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치매는 종신형을 받은 죄수보다 더 못한 삶인 것 같습니다. 몇 달 전에 어머니가 천사가 와서 돈을 준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천사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환상이라고 좋게만 생각했습니다만 그건 치매가 진행되는 한 과정인 망상 증세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

어머니만의 간병으로 끝이지 않는병

어머니만의 간병으로 끝나지 않는병 어제는 부친 제사였습니다. 아내는 이것저것 시장 보는 일과 음식 장만하는 일로 일주일 전부터 바빴습니다. 오후에는 형제들이 올 것입니다. 큰누님도 출발했단 연락을 받습니다. 나도 거실청소, 방청소, 화장실 청소를 합니다. 어머니는 부산해진 집안의 분위기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느끼십니다. 베란다에 널어놓은 햇볕에 더 말려야 되는 이불을 걷어 들입니다, “엄마 아직 그 이불은 걷지 말아야 되요. 아직 더 말려야 됩니다.”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도 널어놓으면 바로 걷어 들립니다. 한동안 그렇게 집안 청소를 하는 동안 어머니도 왔다갔다 무언가 하십니다. 서툴지만 걸레를 빨고 방청소도 거듭니다. 제일 먼저 누나와 막내재수가 조카들과 같이 도착합니다. 아내는 음식을 내어놓고 부산..

소음방지 매트

소음 매트 방바닥에 매트를 깔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걸음걸이가 절름거리는 알츠하이머 걸음이라 방바닥이 쿵쿵거립니다. 화장실 가실 때나 어머니 방에 들어가실 때 바닥이 쿵쿵거립니다. 이 절름거리는 걸음 때문에 아래 층 학생이 공부에 방해받는다고 몇 번 올라와서 항의를 한 적이 있어 늘 신경이 쓰였습니다. 매트는 시중에서 원하는 사이즈를 구하기가 힘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구매했습니다. 폭이 130cm 해서 길이 5m을 구매했더니 원하는 대로 깔리지가 않습니다. 30cm를 잘라내고 화장실 쪽으로 3m, 어머니 방 쪽으로 2m을 대충 깔고 걸어보시게 했더니 일단 쿵쿵거리는 소리는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래층에서는 소음이 덜한지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래서 어머니더러..

어머니가 이상해요

오늘 아침사건에 한바탕 곤욕을 치른 아내는 회사를 결근하고 하루 종일 어머니와 시름했다. 설득도 해야하고 감시도 해야 되니 말이다. 아내는 시장에 가서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다슬기를 사다가 어머님과 같이 삶은 다슬기를 까서 다슬기 국을 끓였단다. 퇴근길에 짭짤이 토마토를 사서 집에와보니 아들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가 궁금하신가 보다. 어머니는 토마토 박스를 열어보자고 하신다. 박스를 열어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역시 모르신다. "이게 머드라?"만 되플이 하신다.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어딜가실려고 했느냐고 물으니 있지도 않는 대구 동생한테 갔다오시겠단다. 아무리 설득을 하고 동생이 처음부터 안 계셨다고 해도 믿으시지 않는다. 그래서 우린 서로 침묵했다. 다시 예기를 꺼내지 않으면 또 가겠다는 말씀을 잊..

천사가 왔어요.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선생님하는 딸이 방학이 되어서 며칠 집에 머물러 있을 때 일이다. 할머니와 같이 있다보니 점심을 차려 같이 먹을 때가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손녀가 당신 밥을 챙겨드리고 놀아주고 하니까 귀여웠는지 용돈을 한사코 주겠다고 해서 손녀가 할머니에게 안 받는다고 하니까 "할머니는 돈이 많다" "돈을 쓰고 나면 저녁에 천사가 와서 할머니에게 돈을 주고 간다" 그러니 받아라 했단다....딸이 할머니 생각이 워낙 엉뚱하여 주시는 돈을 받았다고 아빠한테 들려준다. 하하...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머님 당신은 날마다 천사와 만나는 천사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