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모르는병

치매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지친 아내가 안스러워..

머투리 2009. 4. 9. 16:23

   요양보호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가 안에서 또 문을 걸어 놓으셨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안전 고리로 걸어 놓아서 밖에서 문을 열고 문을 밀치면 안에 어머니를 볼 수 있었나 봅니다. 30분을 승강이를 한 후에 문이 열렸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니 어머니는 마음이 많이 상해 계십니다. 누군가 문을 걸어 놓아서 자기도 피해자다고 생각하십니다.
 
   아내는 많이 지쳐 있는 듯합니다. 문을 잠근 날은 어머니의 상태가 안 좋은 때가 많기 때문에 일찍 퇴근해보니 어머니는 요양보호사가 간 후에 과식했습니다. 식사한 것을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자꾸 음식을 드십니다. 식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밥 먹자고 하십니다. 금방 먹었다고 그러면 수긍 하실 때도 있고 수긍 안하실 때도 있습니다. 집에 사람이 없으면 혼자 밥을 챙겨 드십니다. 오늘은 음식을 많이 드셔서 토하기도 했나 봅니다.  
   아내는 퇴근길에 버스 안에서 집 앞 버스정류장에 내리려고 서 있다가 갑자기 뛰어드는 승용차를 피하려고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큰 사고는 아니라 다행입니다만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어머니에게서 일어난 일과 아내 사고에 대해서 식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어머니는 TV를 보고 계셨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귀까지 어두워지셔서 큰소리를 질러야 겨우 알아듣을 정도로 청력이 약하십니다.
   TV를 보고 계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우릴 보고 남들이 뭐라고 하드냐, 왜 남이 문을 잠갔는데 내 잘못이라 하느냐, 하시면서 격한 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평소에는 절대로 그런 모습을 본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들내외가 오늘 자기일로 수군거린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아내가 급히 수습하느라 진땀을 뺍니다. 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누군가 문을 잠가 놓고 가서 어머님이 힘드셨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주겠다고 하며 수습합니다. 나도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조금 진정하십니다.
 
  어머니 혼자 집에 있게 되면 문을 안에서 잠가버리시고는 다시 열지를 못하십니다. 궁리 끝에 현관문의 보조문의 도어를 밖에서 잠글 수 있도록 안과 밖을 바꾸어 설치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