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모르는병

요양기관에 모시면?

머투리 2010. 6. 11. 09:45
 

  오늘은 지방선거일입니다. 선거일은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산에 가거나 나들이를 해왔는데 직장일도 그렇고, 어머님 병간호도 요즘 들어 힘이 들어 아무 계획 없이 한가한 공휴일을 맞았습니다.

   
    아내가 아침을 먹자 해서 일찍 일어나셔서 소파에 앉아 계시는 어머님을 모시러 갑니다. 여전히 어머님은 초점 잃은 눈으로 TV를 멍하니 보고 계십니다. TV에 나오는 대사나 내용은 어머님에게는 이미 무의미합니다.

  "엄마 밥 먹읍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머님께 식사하자고 알립니다. 그런데 어머니 얼굴표정이 여느 때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만  손을 잡고 부축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손을 획 뿌리치시면서 “내가 왜 너희 밥을 묵노?” 하시면서 아침을 안 드시겠다고 하시면서 격정을 냅니다. 아내와 나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한 달 전부터  어머니는 시골가시겠다고 짐을 챙겨 현관문 앞에서 끙끙대시면서 아내에게 차를 태워 달라고 하고, 손자에게 시골 데려다 달라고 조르시는데 겨우 만류하여 방으로 모셔 놓으면 다시 반복하시기를 하루 서너 시간씩 하십니다. 하도 힘겨워 밖으로 나가시게 내버려 두면 앞집 문을 두드려 나 좀 도와 달라고 하시고, 계단을 혼자 내려가시기도 하여 혹시나 저러시다가 혼자 넘어 지시면 크게 다치실 것 같아 내버려둘 수 없어 다시 억지로 집으로 모셔오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보내 달라는 시골을 안 보내준다고 저렇게 시위하시나 반신반의 합니다만 확실한 원인은 모릅니다. 다만 치매 병으로 원인을 찾을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어제 저녁을 일찍 드시고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아침밥을 드셔야 해서 억지로 부축하여 식탁으로 모시고 가는데 손을 획 뿌리치시면서 “아저씨 집에서 지내게 해줘서 고맙다 그러니 아침까지 먹어서 되겠느냐” 하십니다.

   

   아차, 이제 아들 며느리를 못 알아보시는 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저러시다가 조금 있으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시겠지 위안을 하며 아내와 나는 침묵으로 아침밥을 먹습니다. 다 먹고 또 권해 봅니다만 손사래 치시면서 계속 버티십니다. 지팡이를 들고 찌르는 시늉까지 하시며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십니다. 아침 식사시간에 시작된 것이 점심때까지 아침식사로 실랑이를 벌입니다. 가방을 끌고 현관을 나서서 힘에 겨워 스러지시고 다시 모셔다 놓으면 뿌리치시기를 반복하며 물 한 모금 안 드십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갑자기 넘어지셔서 다치실까봐 무섭기 까지 합니다.

   
    딸이라도 보면 진정될까봐 울산 동생한테 전화해서 지금 내려와 줄 수 있느냐 어머니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해 봅니다. 그러나 미리 계획한 것이 있는 동생은 곤란한 표정입니다. 나중에 가면 안 되느냐고 합니다. 공휴일에 미리 계획된 일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그래도 섭섭합니다. 무엇보다 저러시다가 넘어져서 다칠까봐 두렵습니다.

   
   할 수없이 주간 보호 센터에 전화를 해서 어머님을 당분간 맡아 달라고 하니 즉시 센터장이 차를 몰고 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니를 설득시켜 차에 태우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머니 시골 갑시다.” 하니 이젠 낯선 사람을 따라 갈수 없다 “지서에 내가 왜 가노“하시면서  필사적으로 안가시겠다고 하십니다.

  한 시간여를 설득하여 시골에 간다고 안심 시킵니다. 겨우 모시고 나와 차에 태우려고 하는 데 또 버티십니다. 뒷좌석에 앉히니 이제 지팡이를 휘두르시며 버티십니다.  난 뒷좌석에 앉아 몸을 감싸 앉고 센터장이 겨우 차에 타고 운전을 합니다.

 
  이렇게 마음 아픈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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