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모르는병 21

실패한 새벽 벚꽃놀이

실패한 새벽 벚꽃놀이 일요일 새벽 급히 아내를 깨웁니다. 경주에 벚꽃놀이 갔다 오자고 엊저녁에 약속했습니다. 오늘 한식일과 휴일이 겹쳐 고속도로가 막히면 어머니 점심식사가 늦을 것 같아서 새벽에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기 전에 갔다와야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일어나지를 못합니다. 새벽잠을 즐기는 아내는 엊저녁 약속은 잊은 듯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머니 때문에 늘 시간에 얽매이는 아내가 안쓰러워 벚꽃 구경이라도 시켜줄려고 계획했던 것입니다. 일요일이면 혼자 훌쩍 떠나던 등산을 요즘 어머니를 병간호하는 아내에게 미안해서 쉽게 가지 못합니다. 아내가 일어난 시간은 7시가 넘어서 입니다. 부지런히 머리를 굴려 봅니다만 점심때 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8시가 넘어서야 아침을 먹습니다. 백양산에라도 아내를 데리고 가야할..

소음방지 매트

소음 매트 방바닥에 매트를 깔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걸음걸이가 절름거리는 알츠하이머 걸음이라 방바닥이 쿵쿵거립니다. 화장실 가실 때나 어머니 방에 들어가실 때 바닥이 쿵쿵거립니다. 이 절름거리는 걸음 때문에 아래 층 학생이 공부에 방해받는다고 몇 번 올라와서 항의를 한 적이 있어 늘 신경이 쓰였습니다. 매트는 시중에서 원하는 사이즈를 구하기가 힘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구매했습니다. 폭이 130cm 해서 길이 5m을 구매했더니 원하는 대로 깔리지가 않습니다. 30cm를 잘라내고 화장실 쪽으로 3m, 어머니 방 쪽으로 2m을 대충 깔고 걸어보시게 했더니 일단 쿵쿵거리는 소리는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래층에서는 소음이 덜한지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래서 어머니더러..

오랜만의 외식

오랜만의 외식 오랜만에 외식하러 갑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근처 주말농장이라는 불고기식당입니다. 너르고 여러 가지 편의시설과 무엇보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야채샐러드를 마음껏 갔다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차들이 꽉 찼습니다.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장애인 주차시설에 어머니를 내려드리고 다른 곳으로 차를 빼려고 하니 주차요원 아저씨가 그냥 거기 주차해라고 하십니다. 걸음걸이가 불편하신 어머니를 보고 배려했나봅니다. 장애인 차량등록을 했습니다만 아직 장애인 주차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차량등록은 못했습니다. 주민 센터에 가서 문의하니 의사소견서를 끊어 오라합니다. 어느 병원에서 끊어오면 되느냐고 물으니 그건 모른다고 합니다. 주민 센터에 사회복지담당이 따로 있습니다만 담당자가 모른다니 말..

배 터지게 먹었다.

배 터지게 먹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아내는 성당에 가고 집에서 어머니와 둘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뭘 챙겨줄려고 부엌에 들락거리시지만 정작 채려내지는 못하십니다. 집전화기로 전화 밸이 울려서 받아 보니 잘못 걸려온 전화입니다. 어머니는 무선화기를 들고 이미 끊긴 전화기로 계속 혼자 말씀을 하십니다. 전화기를 내려놓을 때 까지 기다려봅니다. 드디어 전화기를 내려놓으시고는 대구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자꾸 놀러 오라하는데 내가 여기 아들 집을 돌봐 줘야 되니 갈수도 없다고 하십니다. 언제부터 대구에 계시지도 않는 동생을 설정하고 말씀을 하십니다. 잘 찾아보지도 않는 대구 둘째 아들을 착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칼국수를 해먹자고 이제 막 성당에서 돌아오는 아내에게 말합..

고마우신 119 대원

또 119를 불러? 오늘 또 한바탕소동이 일어났다. 아침에 아내가 직장 나가고 12시경에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여 3시간 동안 어머니를 돌봐 드리는데 요양보호사가 집에 들어가려고 현관문을 여니 어머니가 안에서 잠가 놓았다. 현관문은 얼마 전에 요양보호사나 집을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서 디지털 보조키로 바꿔달았는데 현관 정을 안에서 잠가버려서 119를 부르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 후로는 현관 정 키를 가지고 외출을 하는데 이번에 또 잠가 놓으셨다.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하고 해도 안에서 어머니가 열어주질 않는 것이다. 열어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열 수 없으신 것이다. 아내가 전화 받고 급히 집에 가서 문을 열어주고 집안에 들어가 보니 집안에 계시던 어머니는 어느 놈이 문을 잠가..

무지가 불효였습니다

일찍 아버지가 내가 고3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7남매 공부시키고 치송한다고 고생하셨다. 모두 결혼해서 객지로 나가버리고 혼자 남은 어머니는 늘 하던 대로 새벽 같이 들에 나가셔서 일을 하시고 밤늦게 돌아오시던 어머니를 우린 그냥 건강하시다고만 생각해왔다. 가을이면 참깨며, 콩이며, 고추, 심지어 김장 김치까지 우리 자식에게 나누어 주시고 그걸 가지러오는 자식들을 생각하며 농사지으시던 어머니다. 그러시던 어머니가 팔순을 넘으면서 조금씩 이상한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여든세 살 되시던 해 12월에 동생이 시골에 가보고 혼자계시는 어머니를 가을걷이가 끝나고해서 대구 동생집에 모시고 갔는데 며칠후에 쓰러지셔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니 알츠하이머와 노인성치매가 왔다고 했다. 그때까진 우린 그냥 나..

치매의 원인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오는 것이므로 의심되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나 뇌 사진을 찍어 정확한 원인을 밝혀 치료나 요양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예기하는 치매는 노인성치매이므로 어떤 치매라도 의심되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치매의 원인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 : 아직 정확한 원인 밝혀진 건 아니지만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신경세포에 쌓여 뇌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병이다.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 고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모세혈관이 파괴되거나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아 혈액순환이 안 되어 뇌세포가 파괴되어 나타나는 병이다. 치매의 증상 1.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상실. 과거일은 잘..

어머니가 이상해요

오늘 아침사건에 한바탕 곤욕을 치른 아내는 회사를 결근하고 하루 종일 어머니와 시름했다. 설득도 해야하고 감시도 해야 되니 말이다. 아내는 시장에 가서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다슬기를 사다가 어머님과 같이 삶은 다슬기를 까서 다슬기 국을 끓였단다. 퇴근길에 짭짤이 토마토를 사서 집에와보니 아들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가 궁금하신가 보다. 어머니는 토마토 박스를 열어보자고 하신다. 박스를 열어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역시 모르신다. "이게 머드라?"만 되플이 하신다.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어딜가실려고 했느냐고 물으니 있지도 않는 대구 동생한테 갔다오시겠단다. 아무리 설득을 하고 동생이 처음부터 안 계셨다고 해도 믿으시지 않는다. 그래서 우린 서로 침묵했다. 다시 예기를 꺼내지 않으면 또 가겠다는 말씀을 잊..

내가 어디 다녀오꾸마

아침 부터 어머니 방(딸이쓰던방인데 어머님 짐과 옷을 그 방에 넣어뒀는 방이 어머니 방이 됨)에서 부산을 떨고 계시는 것이 이상해서 우리 내외가 서로 눈짓을 하며 긴장한다. (7남매 자식들이 서로 사정에 따라 며칠씩 길게는 한달 모셔갈 때 챙겨가시는 옷가지가 든 가방이 어딜가시는 상징이 되었음) "어머님 어딜 가실려구요?" 방을 나오시는 시어머니께 아내가 긴장하여 묻는다. "그래 내 동생이 일을 도와 달라고 어제 연락이 와서 오늘 가봐야한다." 동생은 가까이 계시는 칠순이 넘으신 이모인데 어제 전화도, 연락도 오지않은 것을 연락왔다고 그러신다. "어머님 연락온 것도 없고 오시라 하지도 않는데 어딜 가시려구요?" 아내가 다시 묻는다. "그래 내가 하도 심심하여 어딜가서 일을 해볼란다. 놀면 뭐하노?" 이모..

천사가 왔어요.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선생님하는 딸이 방학이 되어서 며칠 집에 머물러 있을 때 일이다. 할머니와 같이 있다보니 점심을 차려 같이 먹을 때가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손녀가 당신 밥을 챙겨드리고 놀아주고 하니까 귀여웠는지 용돈을 한사코 주겠다고 해서 손녀가 할머니에게 안 받는다고 하니까 "할머니는 돈이 많다" "돈을 쓰고 나면 저녁에 천사가 와서 할머니에게 돈을 주고 간다" 그러니 받아라 했단다....딸이 할머니 생각이 워낙 엉뚱하여 주시는 돈을 받았다고 아빠한테 들려준다. 하하...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머님 당신은 날마다 천사와 만나는 천사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