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모르는병

"통닭 시켜먹자"

머투리 2009. 4. 7. 22:13
 

         "통닭시켜먹자"

  매일 요양보호사가 집에 옵니다. 어머니 밥 차려드리고, 어머니 옷가지 빨래하고 어머니와 같이 놀아주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포근한 봄날이라 바깥에 산책시켜드리라고 식탁위에 걸어놓은 화이트보드에 아내가 써 놓았습니다. 

   우리 같은 부부에게는 노인 요양보험제도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참여정부에서 치매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치매노인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도입한 제도입니다. 만약 이 제도가 없었다면 아내는 어머니의 병간호 때문에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 될 것입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병원에서는 간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요양병원에 한 달간 모신 적 있습니다.  요양 병원에 계실 때는 매일 병원에 가봐야 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는 사람이 그리워서  누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시기 때문입니다. 다행이 한 달을 입원한 후에 혼자 용변은 가리셔서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집에 모시는 것이 더 효도인지 시설에 맡기는 것이 더 효도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효의 관점도 부모님의 삶보다 자식들의 주관적인 “느끼는 효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 년에 몇 번 부모님 찾아가서 부모님께 얼굴한번 보여 주고, 눈물 몇 방울 흘리고 돌아오는 것이 효도라 생각하면 그것 또한 효도겠지요. 

   보험급여 대상 요양시설에서도 치매 치료 프로그램으로 집에서 보다 훨씬 더 좋은 요양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요양시설이 이용할려는 사람보다 공급이 적어 몇 달을 대기자로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만 우리 같은 형편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마운 제도인지 모릅니다. 이 제도가 우리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지요.

  아직 어머니는 식사하신 것을 금방 잊어버리시고 밥을 챙겨 드신다고 전기밥솥을 망가  버리시고,  간혹 현관문을 잠가서 119를 부를 때 외에는 큰 어려움이 없이 모실 수 있으니 이것 또한 다행 이지요.  편하게 모시는 게 효가 아니고 즐겁게 사시도록 해드리는 게 효도 인줄 알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오늘 퇴근해서 집에 오니 어머니는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아침에 요양보호사 한테 산책을 시켜드리라 했는데 한 시간 가량 산책하셨나 봅니다. 기분이 좋으시고 컨디션이 좋으시면 어머니는 늘 꼬깃꼬깃 돈을 내어 놓으시며 맛 나는 것 싸 먹자고 하십니다.

     “오늘 통닭 시켜 먹자.”  “마실거(술)도 가져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