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집짓기 제7보

머투리 2015. 3. 24. 20:59

3월 17일 (화) 제법 많은 비가 온다.

어제 기초위에 흙을 부었으니 비로 잘다져질 것 같다.

첫 출발이 좋은 것 같다. 공사 착수금을 송금하려니까 일일 송금한도가 천만 원이라 한꺼번에 송금이 안 된다. 그래서 하루 천만원식 나누어서 송금하기로 하고 천만 원 송금한다.

 

3월 20일(금)

  오늘은 형틀 작업과 줄기초 시멘트 붙는 작업을 하는 날이다.

이틀간 묶을 옷과 세면도구를 챙겨 아침 6시 반에 출발한다. 비는 그쳣지만 오늘은 황사의 영향으로 공기가 뿌옇다. 오는 중에 약방에 들러 황사마스크를 사려고 약방을 기웃거려 봤지만 문을 열지 않아 황사 마스크는 사지 못했다. 다행히 황사는 염려했던 것보다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다.

농약 방에 들러 시기를 놓친 깍지벌레 방제 약을 물으니 기름 약은 시기가 지났다고 한다.

 

 석유유황합제(황약)를 칠 시기라고 해서 황약 2kg을 만원에 사서 현장에 도착하니 형틀 목수 세 명과 안 실장이 형틀 작업을 하고 있다. 커피를 타서 같이 먹고 형틀 작업현장을 둘러보고 오늘 작업에 대해서 의논하고 잘 부탁한다고 했다. 공사가 시작되면 건축주가 을이 되는 것 같다.

  

형틀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석유유황합제 한말짜리 약통에 황을 녹여 넣고 방제를 한다. 약대 손잡이에서 약이 줄줄 세지만 서둘러 약을 방제하고 돌아오니 기초위에 넣을 흙을 25톤 트럭으로 싣고 왔다. 원래 어제 넣었던 마사토를 넣으려고 했지만 마사토의 가격이 너무 비싸(30만원) 일반 흙을 주문했는데 드문드문 돌이 들어 있을 뿐 좋은 흙이다.

같은 장소에서 흙을 채취해도 흙의 질이 다른데 다행히 좋은 흙이라 이것 또한 운이 좋은 것 같다.

   오전 작업을 마치고 35번 국도변에 있는 돼지 국밥집에 가서 국밥을 먹고 계산을 한다. 원래 건축업자가 식사 값을 주기로 되어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라 내가 계산을 한다. 이 국밥집은 한적한 국도변 외딴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국밥 맛이 그럭저럭 좋아 입소문을 타고 식사 때는 손님들이 꽉 차는 집이다.

오후 일을 하는 동안에 커피도 타고 사과도 깎아서 인부들에게 참으로 대접한다.

  사과는 이웃집에 사시는 친척 형수 집에 고장난 냉동창고를 고쳐주고 받은 것이다.

오전에 친척 형님 집에서 고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가보니 형님과 형수가 냉동창고 앞에서 싸우는것 같아서 자초지종을 들으니 냉동 창고가 고장이 나서 냉동기술자와 전화하면서 서로 의견이 안 맞아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냉동 창고가 고장이 나면 그 안에 보관중인 사과가 다 녹아버려 사과를 버리게 된다. 전화를 바꿔서 냉동 창고 기술자가 전화로 일러주는 대로 스위치 박스를 조작하여 냉동 창고를 고쳐드린 것이다. 내가 시골에 귀촌을 하게 되면 이런 일들도 하게 될 것이다. 시골에서 내 존재를 알려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오후 형틀 작업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고 난후 영천 찜질방으로 향하고 있는데 울산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온다. 덕암 누님 집에 울산여동생 둘과 제매가 와 있단다. 내일이 어머니 1주기 제사인데 휴가 얻어 오늘 누님 집에서 자고 내일 마을 뒷산의 어머니 산소에 들러 성묘하고 저녁에 부산 우리 집에서 제사지내는 일정이란다.

 누님 집은 시골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데 공사기간에 영천 찜질방에 자는 것은 농사철에 친정동생이 집에 와 있으면 불편하실 것 같아서이다.

오늘 하루는 신세 져도 될 것 같아서 누님 집으로 가니까 솥뚜껑 위에 삼겹살을 굽고 있다. 사워하기 위해서 욕실에 들어가니 너무 불편하다. 대충 씻고 삼겹살 파티에 어울려 11시경 잠자리에 든다.

 

3월 21일(토)

시멘트 타설하는 날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펌프 차가 와 있고 시멘트 타설 준비를 하고 있다. 어제 작업한 폼이 밀리지 않도록 다시 점검하고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

 

집짓기 전부터 집 앞 하수도 어떻게 정비를 해볼까 궁리를 했는데 현장 장비를 빌려 쓸 수 있을 때 작업을 해볼 생각으로 삽으로 하수구 아래쪽을 파보니 흙과 돌이 퇴적되어있고 비닐이며 빈 깡통, 페트병 들이 엉켜있고 심한 악취도 난다. 하수구 안에 주름관이 박혀있어 손으로 잡아 당겨보니 꼼작하지 않는다. 장비가 있어야 할지 어떻게 꺼낼지 궁리가 서지 않는다. 공사장에 그라인더로 주름 관을 잘라 지름을 우그러뜨리니 그나마 움직여질 것 같다.

  

 

공사장에서 나온 긴 각목을 끼워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니 조금씩 움직인다. 여러 차례 반복을 하니 주름관이 겨우 들린다. 작업하다 발을 디딜 공간이 없어서 여러 차례 하수구에 빠지면서 주름관을 끄집어내니 주름관 하나 빼는데 2시간이 소비된 것 같다.

 

  점심때는 덕암 누님과 같이 온 동생내외와 마을 뒷산에 모셔져 잇는 어머니 산소에 가서 제사지내고 집에 오니 아직 레미콘 타설 중이다.

   산소에서 가져온 음식을 마을 회관에 갖다 드리고 남은 음식을 인부들에게 권하니 먹지 않는다. 음료수와 커피를 대접하니 그것은 먹는다.

 

 

레미콘 다섯 차를 붇고 폼을 점검하고 작업을 마치니 2시 반이다.

내일부터 타설한 콘크리트에 물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호수를 깔고 수도에 연결한 후 물을 틀어 보니 잘 나온다. 부산 갔다가 다시 올라오기가 힘들기 때문에 윗집 형수에게 물주기를 부탁하고 금일봉을 드리니 안 받으시겠다고 뿌리치신다. 억지로 돈을 맡기고 부산에 도착하니 집사람과 대구 제수씨가 제사음식준비에 분주한 모습니다.

8시경에 제사를 올린다. 자식들이 모두 다 오지 못했지만 손자, 손녀 모두 15명이 모였다. 제사지내고 음복하니 11시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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