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도전

백두대간12구간

머투리 2022. 9. 26. 22:28
백두대간 북진종주 12구간
산행일자 2022년 9월 24일(일요일)
산행코스 빼재-소사고개-삼도봉-대덕산-덕산재-부항령
도상거리 20.5km
실제거리 24km
산행시간 7시30-16시30분(9시간)

백두대간 제12차 구간 빼재(1.8km)-된새미기재(2.5km)-덕유삼봉산(3.0km)-소사고개(3.2km)-초점산(삼도봉)(1.5km)-대덕산(3.0km)-덕산재(5.2km)-부항령 구간는 해발고도를 600m 높였다가 다시 600m 낮추는 것을 고개를 세번이나 지나는 구간이다. 해발이 빼재(899m), 덕유삼봉산(1,255), 소사고개(656m), 초점산(삼도봉)(1,249m), 덕산재(544m), 대덕산(1,290m), 부항령(680m)로 오르내리는 해발은 500m 이지만 오르내림이 많아 지난번 동엽령- 빼재구간 만큼이나 힘든 구간이다.
잠을 깨니 새벽3시다. 3시10분에 맞추어 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이다. 2주에 한번씩가는 백두대간 덕분에 이제 몸이 알람되었다. 휴게소에서 먹을 아침도시락과 산에서 먹을 점심도시락과 산행 후에 갈아입을 옷가지들을 배낭에 넣고 등산화 신발 끈을 매니 3시30분이다. 모두가 잠에 들어있는 듯한 한적한 새벽길을 달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어린 시절 나는 국민학교 졸업 때까지 가끔씩 새벽에 일어나면 아랫도리가 다 젖어 있는 오줌싸개(야뇨증)증상이 있었다. 새벽에 팬티며 바짓가랑이가 젖어 있으면 이처럼 난감할 때가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몰래 팬티를 찬물에 빨아서 아침밥을 짓는 가마솥뚜껑 위에 말려놓고 이불속에서 다시 잠을 자거나 팬티가 다마를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입은 옷은 어떻게 처리를 할 수 있지만 이불은 어린 내 힘으로는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처리가 불가능 했다.이불을 갤 때 형제 중에 누군가의 밀고에 의해서 들키기 일쑤였다. 들일 나가셨다가 아침 식사하러 오신 어머니는 이런 나를 보고 헛간에 걸어둔 키를 뒤집어씌우시고 이웃집에 소금 얻어 오라고 하셨다. 창피한 나는 거절하기 일쑤였지만 간혹 한 번씩 이런 오줌싸개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키를 뒤집어쓰고 소금 얻으러 갈 때도 있었다. 그럼 이웃집 아줌마(거의 친척집이니 친척 아주머니거나 나이 많은 형수)는 어머니께서 일러준 대로 부지깽이로 키를 두드리면서 소금을 한 사발씩 주시곤 했다. 우리 어머니는 어린 시절 농사일이 바쁘신 이유도 있었겠지만 남들 어머니보다 일을 많이 시키셨다.
아침 일찍 자고 있는 나를 깨워 소에 먹일 소꼴(쇠꼴: 소에게 먹일 풀)을 해오라고 재촉하시는가 하면 방문을 활짝 열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시곤 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꼴망태기를 어깨에 둘러매고 근처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가서 풀을 베거나 이른 봄에는 자란 자란풀이 없어서 호미로 뿌리째 케어 오곤 했다. 지금은 들녘 어딜 가나 풀이 지천으로 있지만 그땐 마을에서 소를 키우는 집은 모두 풀을 먹이기 때문에 들에 풀이 없었다. 그래서 아직 풀을 뜯지 않은 물도랑이나 밭둑 곳곳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야만 했다. 어쩌다 학교에 늦을 까봐 한망태기를 채우지 못하면 벤 풀을 부풀려서 한망태기 가득채운 것처럼 해서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곤했다.
어느덧 주차장에 도착한다. 잊어버린 게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배낭을 메고 버스를 탄다. 사실 백두대간 첫 구간인 웅석봉-밤머리재 구간에서는 식수를 차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산행 내내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했다. 다행이 진달래가 만발한 때여서 혼자 걸으면서 진달래를 한 움큼씩 따먹으면서 목을 축였다. 밤머리재 매점에서 콜라 한 병을 들이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산악회 버스는 어김없이 4시 40분에 출발한다. 대구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르는 동안 대원들의 발자국소리와 인사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감고 있다. 대간하는 동안 늘 그러하듯 오늘의 몸 상태가 나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을 청하는 것이다. 어느덧 산악회에서 준비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 거창 휴게소에 들어간다. 거창 휴게소는 1구간부터 12구간까지 한번을 제외하고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이 거창휴게소 마지막이다. 북진 종주대는 어느덧 경남 함안에서 시작하여 전라남도 남원을 거쳐 전라북도 장수, 무주를 거쳐 경상북도 김천에 다다랐다. 다음구간부터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거창휴게소의 작고 한적한 휴게소가 기억에 남을 것이다.
7시 30분 대간 버스는 지난번 하산지점인 거창 고재면 개명리 신풍령터널을 지나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에 정차한다. 11구간에서 빼재-거창고재면 개명리(2.5km)접속구간이 너무 멀어서 무풍면 삼거리에서 삼거리-빼재 약 1km의 접속구간을 바꾸었다.
이 거창군 고재면과 무주군 무풍면을 잇는 옛 고갯길은 신풍령 터널이 뚫리면서 옛 고갯길은 거창군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빼재 산림레포츠를 건림하면서 무분별하게 난개발을 하여 도로가 유실되고 다니는 차량도 없어서 양쪽에서 통행을 차단 시켜놓았다.
거창에서 이 빼재 고개를 넘는 구간은 대한민국의 단풍 명소중의 하나이다. 붉게 물든 단풍과 꼬불꼬불한 고개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거창군의 무분별한 개발로 이제는 보지 못하게 되었다.

빼재 옛길의 단풍



대간대원들은 대장의 구호에 맞추어 체조를 하고 접속구간 빼재에 도착하여 어느덧 계단을 오르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대원들을 빼재 나무계단위로 삼켜 버렸다.


빼재 나무계단


나무계단을 지나 가파른 길을 조금 오르면 수정봉이다. 하지만 갈 길 바쁜 대간길은 정상석이 없는 수정봉 따윈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빼재을 출발한지 1시간 20여분에 봉우리가 셋이라서 이름을 붙인 삼봉산(三峰山)(1,254m)에 오른다.

덕유삼봉산

삼봉산은 거창군에서 세운 삼봉산 정상석과 무주군에서 세운 덕유 삼봉산 정상석이 두개 있다. 각 지자체에서 경쟁하듯 세운 무분별한 정상석은 도경계를 이루는 산봉우리에 많이 있다. 적어도 백두대간만큼은 지자체에서 관리할 것이 아니라 산림청에서 관리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덕유삼봉산(1,255m)은 북덕유산(향적봉:1,614m), 남덕유산(1,507m), 장수덕유산(서봉:1,496m)과 함께 덕유가 들어가는 산봉우리들이 있다. 이제 대간팀은 크고 넉넉하다는 덕유(德裕)라는 덕유산 자락을 벗어나게 된다.
삼봉산을 지나 산죽 길을 지나면 거친 암봉들이 나타나고 로프가 안전하지 못하게 걸려있는 가파른 구간을 힘겹게 내려간다. 그러나 지난번의 대간 때 다친 왼쪽 무릎이 아파 내딛는 것이 힘들고 걸음을 빨리 할 수가 없다. 선두 대간 팀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서야 수확이 끝난 고랭지 배추밭을 지나 소사고개의 생태통로 아래도로를 지나 소사마을에 도착한다. 대원들은 탑선슈퍼에 들러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인다. 냉지배추밭을 지난다. 잠시 휴식 후에 길 건너 능선 길로 접어들면 사과밭을 지나고 비닐하우스를 지나 마지막 사과 밭의 왼쪽 울타리를 지나니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이 길바닥에 널려 있다. 성한 밤을 주어 입으로 깨물어 밤을 까먹으니 고소한다. 대간 선두팀은 이미 흔적이 없고 뒤따라오는 대원들도 보이지 않는 삼도봉 오르막을 힘겹게 오른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부유하지는 않지만 농지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 7남매들은 학교를 마치고는 늘 밭에 가서 일을 하거나 봄이면 모심기 등의 일해야만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악성재생성 빈혈이라는 병에 거려서 늘 아프셨다.
한겨울의 밤은 늘 어둡고 침침하며 길고 적막했다. 아버지는 소죽을 끓이는 가마솥이 걸려있는 사랑방에서 주무셨다. 난 어머니와 누나와 동생들이 아침과 저녁을 같이 먹고 잠을 함께 자는 큰방 옆에 딸린 멀방(머릿방의 사투리)에서 공부를 했다. 멀방은 겨울철에 땔감이 부족하여 늘 추웠다. 한겨울에는 산에 나무를 내가 직접 하여 와서 군불(취사 이외의 땔 필요 없는 불, 그냥 난방을 이해서 때는 불)을 땠다. 그러다보니 멀방은 늘 춥고 을씨년스러웠다. 그래서 시린 손을 입으로 불며 책상(앉은뱅이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하다가 따뜻한 아버지 방에 가서 잠을 잤다. 새벽이면 아버지는 배터리와 고무줄로 둘둘 동여맨 라디오(트랜지스터)를 켜고 소죽을 끓이셨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와 함께 나무 타는 소리가 들리고 식었던 방바닥이 차츰 따뜻해지면 다시 새벽잠에 빠지곤 했다. 겨울이 지나고 샛바람(이른 봄에 부는 동풍)이 불면 연기가 굴뚝으로 나가지 못하고 아궁이로 나왔는데 이럴 때면 방바닥에서 매캐한 연기가 올라오곤 하였다.
이른 봄의 어느 날 아버지는 바람 때문에 불이 잘 들지 않는 아궁이를 고치기 위해 굴뚝을 고치러 나무 사다리를 타고 지붕위에 올라가셨다.


삼봉산에서 고도를 600m낮추었다가 다시 600m 고도를 높여 힘겹게 삼도봉에 다다른다. 삼도봉은 전북, 전남, 경남의 경계인 지리산 삼도봉과, 충청과 영호남이 만나는 민주지산 삼도봉과, 경남, 전북, 경북이 만나는 이곳 삼도봉(초점산)이 있다. 이어지는 대간 길은 억새와 잡목이 이어지는 넓은 구릉이 있는 내리막을 잠시 내리막이 이어지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억새밭 사이로 오르막이 이어 헬기장을 지나면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여전히 아픈 무릎을 조심하여 걷다보니 속도가 나질 않는다.

오른쪽 사면을 따라 급경사를 지나니 2차선 포장도로인 덕산재이다. 도로를 지나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 후에 능선 길로 접어든다. 여기서 날머리인 부항령까지는 5.2km이고 포장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부항령까지 갈수도 있다. 힘든 몸을 추스려 길건너 대간길을 찾아 안부가 나오고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연이어 나타나는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되풀이 하고서야 부항령 팻말이 나타난다. 16시 30분 9시간의 힘든 대간길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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