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도전

백두대간 제13구간

머투리 2022. 10. 10. 19:59
백두대간 북진종주 13구간
산행일자 2022년 10월 9일(일요일)
산행코스 부항령-백수리산-박석산-삼도봉-밀목령-감투봉-푯대봉-화주봉(석교산)-우두령
도상거리 18.1km
실제거리 21.38km
산행시간 7시30-16시30분(9시간)

오늘 산행은 부항령(680m), 백수리산(1,034m), 박석산(1,170.6m), 삼도봉(1,177m), 밀목령(933m), 푯대봉(1,172m), 석교산(화주봉1,207m), 우두령(질매재, 720m) 이다.
부항령(680m)은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과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을 연결하는 고갯길이다. 과거에는 경상북도 김천과 전라북도 무주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옛길로서 우마차가 넘어 다닐 정도로 넓은 길이었다고 한다. 부항령의 유래는 가목마을에 있는 고개여서 마을 이름을 따서 가목령 이라 하였는데 훗날 한자로 바꾸면서 부항령(釜項嶺)이 되었다고 한다. 가목은 '가매목'의 줄임말로 부뚜막의 함경도 방언(표준국어대사전)으로 아궁이 위에 솥을 걸어놓은 언저리라는 뜻이다. 즉 가매목은 가마솥을 걸기 위해서 아궁이 둘레를 둥그렇게 빙 둘러서 만든 둘레이다. 가목마을이 부뚜막처럼 둥그렇게 생겼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그러나 부항(釜項)은 한자에도 없는 말인데 가목령이 부항령이 된 것은 이상하다. 부는 가마부(釜), 항은 항목항(項)이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도전 대원들을 태운 드림산악회 버스가 김천 부항댐을 지나자 창가에 빗물이 흘러내린다. 잔뜩 흐린 날씨에 걱정은 했지만 산행초입부터 비를 맞을 것 이라고는 생각을 안했다. 지난번 대간길의 날머리였던 부항령에 버스가 도착한 시각은 7시 30분이다. 버스를 내리니 이슬비가 내린다. 찬바람에 한기가 느껴진다. 바람막이 재킷과 목수건으로 무장하고 문대장의 구호에 맞추어 간단한 체조를 한다.

단체사진 찍기좋은 부항령 표지석
대장의 구호에 맞추어 체조로 몸을 푼다

온몸이 뻣뻣하다. 덜 풀린 몸으로 들머리인 부항령(680m)에서 백수리산(1,034m)까지 300여 미터 가파르게 고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비가 걱정이다. 추적추적 비는 계속내리고 풀섶은 비에 젖어 바짓가랑이를 적신다. 장갑은 비에 젖어서 손끝이 시리다. 백수리산에 닿는다. 비로소 박석산에서 석교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백수리봉 에서 조망
백수리산에서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는다. 대원들마저 앞뒤로 나뉘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에서 빗방울이 우두둑 떨어진다. 젖은 손은 시리고 몸은 으스스 춥기까지 하다. 아직 판쵸우의(옷 한가운데에 구멍을 내서 그곳으로 머리를 넣고 앞뒤로 늘려 뜨려 입는 인디오들의 옷)를 입지 않았다. 조망이 안 되는 안개 속을 비를 맞으며 삼도봉까지 1시간 30여분을 걸어야 한다.
우리 집은 위로 누나 둘 아래로 남동생 둘과 여동생 둘 이렇게 7남매이다. 큰누나는 국수를 잘 끓였는데 요즘 말하는 잔치국수와 칼국수를 자주 끊여 들일로 바쁜 부모님의 일손을 많이 덜어주었다. 우리 집에는 칼국수 면을 뽑는 제면기가 있었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한 움큼씩 밀가루 반죽을 뜯어서 제면기에 넣고 돌리면 면피가 만들어지는데 뽑혀서 나온 면피에 밀가루를 바르고 제면기의 두께를 조절하여 다시 넣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 쫄깃하고 얇은 면피가 만들어진다. 이것을 톱니가 달린 바퀴에 넣어서 돌리면 면피가 면발로 뽑히는 것이다. 뽑힌 면발은 상에 잘 펴서 면발이 서로 붙지 않게 널어놓는다. 가마솥에 우물에서 퍼온 물을 넣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이면 멸치 육수가 만들어 진다. 멸치육수가 충분히 우려 나오면 애호박, 감자, 양파를 채 썰어 넣고 부추는 길이로 넣고 끓이다가 면발을 넣고 면발이 엉켜 달라붙지 않도록 저어 준다. 몇 번 끓어오르고 난 후 놋그릇에 퍼 담아서 둘러 앉아 먹는 것이다. 여기에 조선간장에 매운 실파와 고추를 채 썰어 넣고 마늘은 으깨어 넣고, 참기름을 한 스푼 넣어 만든 되직한 양념간장을 넣으면 칼국수의 풍미가 더해진다.
우리 집은 식구가 많아 간장과 된장을 해마다 담갔는데 장독대는 우물 바로 곁에 있다. 우리 집의 간장과 된장은 마을에서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또한 고모나 친척들이 늘 장맛이 좋다고 칭찬을 했다.
우리 가족은 누나가 만든 국수를 즐겨 먹었다. 아버지는 칼국수를 특히 좋아하셨는데 사랑방에 손님이 오시면 꼭 칼국수를 대접하신다. 누나가 없을 때는 둘째 누나나 여동생이 칼국수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제면기를 잘 다루어 칼국수를 할 때 마다 칼국수 면발을 뽑는 일에 동원되곤 하였다. 어떤 때는 칼국수를 직접 끓이기도 했다. 오늘 같이 으스스하고 추운 날 어릴 적의 칼국수의 맛을 잊을 수 없다.
잘 정돈되고 시원한 길이 나타난다. 잘 정돈된 나무 계단을 오르니 삼도봉이다. 평소에는 산객들로 시끌벅적했을 삼도봉 데크 광장에 아무도 없다. 사진 찍어줄 대원이 없어 뒤따라오는 대원을 기다려야 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가 만나는 봉우리이다. 삼도봉 정상에는 삼도봉 화합비가 있는데 거북과 용의형상을 세 개씩 조각하여 세 개의 도를 향하게 만들어 놓았다.

삼도봉오르는 계단
한적한 삼도봉

더욱 짙어진 안개로 조망은 전혀 안 된다. 서둘러 석교산으로 향한다. 잘 닦여있던 대간길이 사리나무와 억새풀로 길을 덮고 있어 신발이 젖기 시작한다. 고어텍스로 만든 방수되는 등산화인데도 젖는다. 밀목령을 지나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비는 계속오고 앉을 자리는 젖어 있다. 밥은 손에 들고 반찬은 바닥에 놓고 서서 먹는 광경이 가관이다. 뭣 하려고 이 고생인가? 그러나 백두대간을 완주 하겠다는 목표와 굳은 의지가 있다.
푯대봉(1,172m) 바위를 지나니 갑자기 가파른 로프구간이 나타난다. 거의 수직 벽이고 짧은 로프가 구간 마다 걸려 있다. 바위는 비로 젖어 미끄럽다. 몸에 맞지 않는 우의는 잘못하면 위험할 수가 있다. 손에는 스틱이 있다. 어쩔까 고민하다가 스틱을 손목에 걸고 밧줄을 잡고 내려간다. 하지만 스틱은 자꾸만 바위에 걸린다. 앞서가던 대원은 보이지 않고 뒤따라오는 대원도 없다. 천천히 내려간다.

푯대봉 아래 직벽

무사히 내려와 조금 걸으니 석교산이다. 석교산 정상석이 외롭고 초라하다. BAC인증을 남기고 서둘러 석교산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길은 약간의 오르내림과 질퍽해서 미끄러운 것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육산의 느낌이다. 우두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가도 가도 끝이 없어보이는 긴 여정이다. 이럴 때는 그냥 걸어야한다. 대간 길은 끝을 예견하면 안 된다. 끝날 때 비로소 끝이 난다.
우리 집은 볏짚으로 이엉을 만들어 지붕을 이은 초가집이었다. 부엌과 안방, 멀방이 있는 안채와 마구간과 방앗간과 벼를 넣어두는 두지(뒤주)와 사랑방이 있는 사랑채가 있고 정낭(화장실)이 있는 헛간이 사랑채 옆에 있었다. 안채에도 정낭이 있었는데 주로 여자들이 이용하였다. 사랑채는 대문 가까이 있고, 안채는 마당을 거쳐 들어 갈수 있었다. 마당 왼쪽에는 우물이 있고 우물 옆에 조그만 뒤주 창고가 있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자주 우물물을 길러달라고 하셨으며 나는 물이 줄줄 새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러 항아리에 담아서 부엌의 항아리 장독에 채워드리곤 했다. 우물 옆의 뒤주 창고에는 명절이나 제사가 다가오면 제사에 쓸 음식을 보관했는데 음식을 몰래 훔쳐 먹곤 했다. 특히 오징어 눈을 자주 빼 먹었는데 표시가 안 났기 때문이다. 문어 다리도 간혹 훔쳐 먹곤 했다. 문어 다리가 정확히 몇 개인지 세어 놓지 않으셨기 때문에 들키지 않는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대간길이 갑자기 나무사이로 버스가 보이며 끝이 난다. 우두령이다.

우두령

우두령은 해발 약 575m의 고개로 원래 질매재로 불렀는데 질매는 멍에의 경상도 사투리로 소에 짐을 싣거나 마차를 끌기위해 소의 등에 얹는 나무를 구부러지게 만든 기구이다. 우리나라에는 질매재가 많이 있다. 고개가 멍에처럼 움푹하기 때문이다. 이 질매재가 “우두령” 으로 언제부터인가 부르기 시작했다는데 정확한 근거가 없다.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우리나라 지명을 한자화하면서 질매재를 우두령으로 잘못 표기한데서 기인한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지도상 표기된 것을 보면 “우두령” 밑에 괄호 안에 “(질매재)”로 표기 되어있다. (영동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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