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도전

백두대간10구간

머투리 2022. 8. 30. 07:03
백두대간 북진종주 10구간
산행일자 2022년 8월 28일(일요일)
산행코스 육심령-할미봉-남덕유산-삿갓봉-무룡산-동엽령-안성탐방소
도상거리 22.5km
실제거리 24.3km
산행시간 5시30-16시00(11시간30분)

백두대간 제10차 육심령-동엽령 구간은 할미봉(1,026m), 서봉(1,492m), 남덕유산(1,507m), 삿갓봉(1,418m), 무룡산(1,491m), 칠이남쪽대기봉(일명가림봉)(1,433m)등의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을 지나는 장쾌한 마루금을 걷는 구간이다.
잠을 깨니 새벽 01시다. 저녁에 준비해둔 등산 옷가지와 아내의 정성이 담긴 점심 도시락을 배낭에 우겨넣고 집을 나선 시간은 01시 40분이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차안에서 오늘 11시간여를 걷는 힘든 대간길을 무탈하게 걸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24km, 12시간을 걷는 부담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대구 5군수사령부 앞을 등산버스가 출발한 시간은02시 40분이다. 몸의 컨디션을 위해서 최대한 눈을 붙여 잠을 자려고 해도 중간 중간 대원들의 발자국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성서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싣고 차안을 밝히던 조명이 일시에 꺼진다. 잠을 자둬야한다. 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어느덧 함양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들른다. 04시다.새벽 찬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내린 곳은 9차에서 하산했던 육십령고개이다. 지난번의 습하고 무더웠던 육십령과 달리 새벽공기가 차갑게 느껴지며 을씨년스럽다. 바람막이 겉옷을 껴입고 간단한 체조와 기념사진을 찍는다. 대장의 외침과 대원들의 구호가 뒤엉켜 들리고 발자국 소리가 우두둑 들리며 선두 대원들은 어두운 나무계단에서 사라진다. 저자들은 백두대간을 몇 차례나 했고, 지리산 화대종주, 덕유산 육구종주, 설악산 서북-공룡능선종주, 지리산화대종주를 밥 먹듯 하는 자들이다. 같이 휘둘리지 않아야한다. 몸의 컨디션을 봐가며 걷는다. 나에게는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이때가 오늘 등산을 판가름하기 때문에 최대한 몸을 점검하며 걷는다. 가파른 등로를 따라 걷기를 30분, 등에 땀이 흥건하다. 얼른 재킷을 벗어 배낭에 우겨 넣는다.

붉게 타오르는 아침노을

벌써 아침노을이 동쪽 하늘에 붉게 타오른다. 날씨는 맑다. 몸의 컨디션도 괜찮다. 가파른 밧줄코스를 지나 육십령 고개에서 고도300m을 높여 어느덧 할미봉에 도착한다. 장수 남덕유산(서봉)과 남덕유산이 앞에 우뚝 서 있다. 거기에 비해 할미봉은 해발 1,026m임에도 불구하고 1,500m의 서봉과 남덕유산에 눌려 작아 보인다.

할미봉정상석

그래서 할미봉인가? 할미봉에서 BAC 발도장을 찍고 인증샷을 남긴다. 내 나라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대간 길, 내발자국이 남겨진 이작은 지점에서 자신의 사진을 남기는 것은 대간꾼들의 소박한 꿈이다.할미봉을 뒤로하고 나무계단을 내려서서 서쪽을 바라보면 바위에 얹혀 곧게 뻗어있는 일명 대포바위가 보인다, 남자의 거시기와 같다고 해서 거시기 바위라고도 한단다. 바위가 서있는 방향으로 볼 때 18세 정도의 청년의 거시기다.

대포바위

서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우리가 걸어온 지리산 천왕봉과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뻗어 있고 파란하늘과 새털구름(권운:卷雲)과 저 멀리 산군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들은 힘듦을 잊어버리게 하기에 충분하다.길게 뻗어 있는 계단은 이러한 풍경과 어우러져 천상의 계단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풍경은 할미봉에서 서봉까지 2시간여의 힘든 오르막길을 잊어버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남쪽의 지리산 주능선과 굽이굽이 이어져 있는 대간길과 북쪽으로 뻗어 있는 덕유산 마루금은 여기 오르지 않은 사람은 보지 못하는 가슴 벅찬 풍경들이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갈림길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올라 남덕유산에 오른다. 겨울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나무에 쌓인 눈꽃이 환상적인 경치를 보기위해 추운겨울을 마다않고 눈 산행을 즐기는 곳이다. 덩그러니 혼자 서 있는 표지석이 외로워 보이는 남덕유산을 뒤로하고 다시 주능선을 타고 무룡산을 향한다.

무룡산 직전의 나무계단에 대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점심식사를 한고 있다. 허기진 참에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없다.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든든한 식사를 마치고 삿갓봉에 다다른다. 1,418m 의 삿갓봉을 지나면 머지않은 곳에 삿갓재 대피소가 있다. 대피소에는 옛날의 사람으로 북적일 때와 달리 한산하다. 모두 코로나 때문에 대피소 이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잘 닦여진 부드러운 능선 길을 따라 걷다보면 초라한 정상석이 보인다. 바로 칠이남쪽대기봉(1433m,일명 가림봉)이다. 칠연폭포 남쪽에 있는 봉우리라는 뜻이 있는 이 봉우리는 무룡산을 지나 동엽령 이르기 직전에 있는 작은 케른(cairn)(이정표나 또는 기념으로 삼기 위해 등산길이나 산꼭대기에 쌓은 돌무더기)이다. 등산객들은 긴 이름과 작은 돌무더기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산행을 시작한지 10시간 가까이 걸려 드디어 동엽령(冬葉嶺)에 도착했다.동엽령은 전라북도 무주군과 경상남도 거창군에 걸쳐있는 곳으로 예부터 영호남을 잇는 중요한 고개였다고 한다. 대간길은 아니지만 계속직진하면 덕유산의 가장 맏형인 향적봉(1,614m)이 나올 것이고 백련사로 하산하면 유명한 무주구천동을 따라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종주대는 동엽령에서 안성매표소로 방향을 튼다. 안성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고 긴 너덜 길을 발가락과 다리에 통증을 참으며 걷는다. 마침내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는 맑고 깊은 소를 지나다보면 칠연폭포 갈림길을 지나 안성탐방 지원센터가 나온다. 11시간여의 긴 여정, 발가락의 통증과 무릎의 통증을 견뎌내며 걷는 백두대간길 대한민국의 등줄기를 직접 내 발로 걸으며 족적을 남기는 것,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힘든 대간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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