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도전

백두대간 제15구간

머투리 2022. 11. 14. 19:23
백두대간 북진종주 15구간
산행일자 2022년 11월 12일(일요일)
산행코스 추풍령-금산-작점고개-무좌골산-용문산-웅이산(국수봉)-큰재
도상거리 17.9km
실제거리 21.3km
산행시간 07:00-14:15(7시간15분)

오늘 15차 대간길은 추풍령(220m), 금산(385m), 사기점고개(390.1m), 작점고개(340m), 무좌골산(474m), 용문산(708.4m), 웅이산(795m), 큰재(329m) 비교적 낮은 고도를 이어가는 대간길이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대간길은 길을 잃지 않도록 독도에 조심해야한다. 또한 낙엽이 깔린 내리막길은 미끄러우니 조심해야한다.


오전 7시 어김없이 문대장의 구령에 맞춰 간단한 체조를 하고 서둘러 배낭을 짊어지고 15차 대간길을 시작한다. “대간꾼들의 쉼터인 카리브모텔”(드림산악회 15구간 안내서 표현)을 지나서 산행은 시작된다. 좌측의 펜스를 지나 비닐하우스 끝 우측으로 들어선다. 금년 과다 출하로 가격이 폭락한 샤인머스켓을 심어놓은 비닐하우스이다. 재배면적이 늘어난데다가 이른 추석에 맞추어 숙성되기 전에 무리하게 출하하여 샤인머스켓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란다. 농민들의 시름이 느껴진다.
10여분 후 금산 갈림길이다. 금산(385m)은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며,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이정표에는 금산0.2km(폐쇄)라고 쓰여 있다. 금산에 올랐던 선두그룹을 갈림길에서 만난다. 조망이 어려운 날씨 탓으로 돌리고 금산을 오르지 않고 직진한다.
늦가을 숲길은 떡갈나무, 참나무, 생강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로 푹신하다. 어느덧 앞서가던 산객은 보이지 않는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속삭이는듯하다. 낙엽이 깔린 대간길을 혼자 걷는 것도 또한 행복이다.

낙엽으로 깔린 대간길


그 행복도 잠시 앞에 떡갈나무 사이로 들기산이 떡 버티고 서 있다. 만만치 않아 보이는 들기산의 위용에 기가 죽는다. 등줄기에 땀이 흠뻑 젖을 즈음 들기산 정상에 올라선다.

들기산 정상

들기산에서 1시간여 걸으니 사기점고개이다. 사기점은 사기그릇 점포라는 뜻이다. 사기점고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작점마을이 있다. 작점마을이라는 지명은 200 여 년 전 전국에 제일가는 유기생산 공장이 작점리 전 지역과 김천시 봉산면 태화동 일대까지 공장이 분포되어 있어 유기점포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새들도 많이 있어서 새작자의 雀과 유기점포의 店자를 따서 작점(雀店)이라는 마을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임도인지 군작전도로인지 알 수 없는 비포장 길이 나타난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대간길이 보이지 않는다. 정면 왼쪽에 대간 리본이 보여 그리로 올라선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 후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다시 비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산을 오르지 않고 비포장 길을 왼쪽으로 내려왔다면 가파른 길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갈기봉을 10여분 올라갔다가 10여분 내려온 것이다. 비포장도로를 한참 내려온 후에 왼쪽 대간 길임을 알리는 리본을 따라 숲길로 접어든다.. 내가 걷고 있는 곳이 대간길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니 작점고개 쉼터(능치쉼터)인 듯한 정자에 대간 팀이 보인다. 10시다. 작점고개(340m)는 김천 어모면에서 추풍령으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작점고개는 고개 너머 서쪽(영동군)마을인 작점리에서 이름을 딴것이고, “능치쉼터”라는 이름은 고갯마루 아래 능치마을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대원들이 능치쉼터정자에서 점심 먹고 출발하잔다. 점심을 먹기엔 너무 이른듯하여 그냥 지나친다. 하산 후에 드림 밴드에 올라온 사진에 내가 보지 못한 멋진 사진들이 있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능치쉼터에서 찍은 것이다. 좋은 곳을 그냥 지나친 것이 후회된다. 하지만 걸음이 느린 나는 될 수 있으면 저들보다 앞서 있어야한다. 작점고개에서 잠시 후 무좌골산에 닿는다. 끝이 없을 듯한 대간 길을 혼자 걷는다. 나뭇잎은 모두 떨어지고 어쩌다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은 혼자 외롭다.

나에게는 고모가 두 분 계셨는데 큰 고모는 우리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곳(3km)에 계셨고 작은 고모는 부산에 계셨다. 부산에 있는 작은 고모 집은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큰 고모 집은 아버지를 따라 몇 번 가보았다. 큰고모 집은 우리 집보다 훨씬 더 골짜기에 있고 항상 우리 집 앞을 지나야 영천이나 대구등지를 갈 수 있었다. 큰고모집 동네는 산중턱에 있었는데 서너 채의 집만 있는 산골 동네이다. 밤이면 뒷산에서 짐승 소리가 요란하였다. 어린 내 눈에는 고모부님이 범상치 않는 지식의 소유자로 보였다. 고모부님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셨다. 고모부님은 달에는 옥토끼가 사는데 평생 방아를 찧고 살고 있다고 하셨고 실제로 달의 가운데에 검은 부분이 옥토끼라고 하셨다. 고모부님이 달에 있다는 옥토끼가 가짜임을 알고 있었다.
고모부님은 새벽 그믐달 옆에 샛별이라는 별이 있는데 새벽에는 동쪽하늘에서 보이고 해가지는 저녁에는 서쪽 하늘에서 보인다고 하셨다. 고모부님은 서쪽 하늘의 샛별을 실제로 보여 주셨다. 고모부님은 자루가 긴 똥바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 북두칠성을 가르쳐 주셨고 북극성이 자루 끝에서 두 별 사이의 다섯 배 위치에 있는 북극성을 찾아 주셨다. 북두칠성을 찾는 것은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고모부님은 자연의 이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기도 했지만 어린 나에게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모부님의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시기도 했지만, 자연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게 되었다. 고모부님의 이야기를 들은 그날 저녁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고모부님은 내가 알아듣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시지 않으시는 듯 했다. 그렇지만 나는 실증내거나 지루해하지는 않았다.
잠잘 때는 고모님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일종의 구전 소설이었다. 나는 고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동생들과 우리 집을 방문하는 친척에게 이야기 해주기도 했다. 다음은 고모가 들려준 이야기의 한편이다.

힘이 장사요, 활을 잘 쏘고 무예에도 뛰어난 총각이 있었다. 총각은 무과에 응시하기위해서 말을 타고 무예를 익혔다. 드디어 과거보기 위해서 길을 나섰는데 산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한참을 산속을 헤매다가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불빛을 보고 찾아갔더니 큰 기와집이었다. “누구 없소“ 하고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 기척이 없었다. 빈집인가 하고 대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또 중문이 나타났다. ”주인계십니까.” 하고 문을 또 두드렸더니 아리따운 여인이 문을 열어 주었다. 총각은 “무과에 응시하러 가는 길인데 그만 길을 잃어 헤매다가 밤이 깊어서 바깥채에서라도 한밤을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 “ 했다. 여인은 총각을 한참을 보다가 안심이 되는지 문을 열어 주었다. 여인은 방을 안내하는데 바깥채가 아닌 사랑방에 총각을 안내하였다. 그리고 한참 후에 밥을 한상 차려서 들어왔다. 총각은 배가 고프던 차에 허겁지겁 밥을 다 비웠다. 상을 물리면서 여인을 봤더니 아직 머리를 올리지 않은 처녀였다. 총각은 여인에게 ”이런 큰집에 여자 혼자 사시는 것 같은데 어찌된 영문이요.” 하고 물었다. 여인은 자초지종은 말하는데 이러했다. “저는 양반의 집안에서 부모님과 부유하고 편안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포악한자가 날 아내로 삼겠다고 찾아 왔습니다. 큰 덩치에 항우장사 같은 자 이었지요. 저는 물론이고 부모님도 완강하게 거절하였지요. 여러 차례 찾아와서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하인들과 부모님을 차례로 해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지요?”하고 물었다. “제가 그자에게 말했지요. 외진 곳이라 도망칠 수도 없으니 마음을 정리할 며칠간의 말미를 주시오하고 간청을 했더니 그자는 나의 말을 들어 주었습니다. 며칠간 저는 스스로 죽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원수를 갚지 못한 채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총각이 “그럼 그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묻자 처녀는 “산속의 은신처에 있는데 내일 날이 새면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하늘이 도와 당신을 보내 주신 게 틀림없습니다. 제발 저의 원수를 갚아 주십시오.” 다음날 이른 아침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덩치가 큰 자는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총각은 당당하게 나서서 “넌 누구냐” 하고 고함을 쳤더니 덩치 큰 그자는 “넌 웬 놈이냐” 하며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총각은 평소 닦은 무술로 덩치 큰 남자와 격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서 덩치 큰 남자는 점점 뒤로 밀리다가 나자빠지며 줄행랑을 치다가 그만 언덕에 굴러 떨어져 죽었다. “이제 끝났으니 걱정할거 없소” 총각은 돌아와 말했다. 처녀는 “제 생명의 은인이시며 원수를 갚아 주신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하겠습니까? 부디 저를 아내로 삼아 주십시오. “ 하고 말했다.”비록 갑자기 만난 인연이지만 하늘이 우리를 맺어 주신 게 틀림없소. 그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소. “ 하고 총각이 말했다. 그렇게 총각과 처녀는 부부의 인연을 맺고 부모님이 남겨주신 재산이 많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아내는 신랑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남편은 무예를 열심히 닦아 한양으로 과거 보러갔다. 남편은 무과에 합격하였고 아내를 위해 정성을 다하며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것이다.
고모는 처녀가 문을 열어 줄때는 낮은 목소리로 ”하얀 소복 입은 처녀“이었다고 말했으며. 그럴 때는 온몸이 오싹했다. 또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해 주셨는데 그때마다 중문의 수가 늘어났다. 이밖에도 고모님은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감나무 아래서 입 벌리고 누워있는 게으름뱅이 이야기와 도깨비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고모님은 영천이나 대구로 볼일 보러 가실 때는 늘 우리 집에서 하루나 이틀을 묶고 가셨는데 그때마다 나는 고모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어른들 사이에 끼어있기 일쑤였다.

정월대보름의 첫 행사는 새 쫒기이다. 정월대보름이 오기 며칠 전부터 우리 형제들은 수수깡으로 지게, 호미, 쟁기 등의 농기구와 벼이삭, 보리이삭 등의 모형을 만들었는데, 수수깡 껍질을 구부려서 형태를 만들고 수수깡에 꽂아 고정시켜 각종 모형을 만들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은 외롭고, 떨어진 낙엽은 귀속을 속삭이는듯하다. 온통 나뭇잎으로 둘러싸인 봉우들을 4~-5 개 넘은 후에야 용문산 정상에 닿았다.(11시 30분)

용문산 정상석

용문산(708.5m)은 경상북도 김천시 이모면 능치리와 충청북도 영동군 추풍령면 웅북리에 걸쳐있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에 있는 산이다. 용문산의 유래는 1800년 무렵 박송이라는 유생이 산세를 보고 중국의 용문산을 닮았다하여 이름을 붙였다한다. 앞서가던 대간팀이 점심을 마치고 일어선다. 헬기장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용문산에서 인증을 하고 용문산의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해서 내려서니 희미한 농로길이 나타난다. 농로길 오른쪽에 용문산 기도원이 보인다. 용문산 기도원은 1940년 나운봉 목사가 애향숙(愛鄕塾)이라는 기도원으로 출발하여 현재는 지역최대의 신앙촌을 이룬다. 낙엽이 깔린 대간길을 여유롭게 혼자 걷는다.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나서 뒤돌아봤더니 작점고개에서 헤어졌던 대간팀들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면서 걷는다. 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는다. 혼자 걷는 것도 좋지만 같이 걷는 것은 더욱 좋다. 용문산에서 2시간여를 걸으니 오늘 대간길의 최고봉인 웅이산(熊耳山)(795m)이다. 웅이산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웅이산 표지석과 달리 상주시에 세운 간판에는 국수봉이라 적혀있다. 간판에는 웅이산의 내력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중국의 웅이산과 같이 시초가 난다고 하여 웅이산이라고 하며, 상주의 젖줄인 남천(이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시초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질 떨어지는 담배 잎이라고 한다. 참 별난 이름이다. 중국의 웅이산에 많이 나는 시초가 여기서도 나니까 웅이산이라 이름 지었단다. 여기서도 사대주의가 보이니 씁쓸하다.

웅이산에서 조망

웅이산 정상에 서면 주변 산줄기가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3시 10분 큰재에 닿는다. 드림관광 버스 주변에 대원의 들의 소리가 시끌시끌하다. 먼저 도착한 대간팀이 삼겹살을 굽고 있다. 고소한 맛에 이끌려 삼겹살 몇 점과 맥주로 산청 밤머리재에서 시작된 대간길 도합 약 300km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백두대간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제17구간  (0) 2022.12.12
백두대간 제16구간  (0) 2022.11.28
백두대간 제14구간  (2) 2022.10.24
백두대간 제13구간  (4) 2022.10.10
백두대간12구간  (3) 202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