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도전

백두대간 제 34구간

머투리 2023. 8. 1. 10:30
백두대간 북진종주34구간
산행일자2023년 7월 29일(토요일)∼30일(일요일)
산행코스삽당령-선두산-화란봉-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도상거리25km
실제거리27.3km
산행시간11시간00분(휴식시간포함)

  드림산악회 백두대간 북진종주 33구간은 석두봉(982m), 화란봉(1,069m), 닭목령(700m), 고루포기산(1,238.3m), 능경봉(1123.2m)을 지나 대관령에 이르는 거리가 27.3km인 구간이다.
  
   삽당령은 강릉시 구정면 묵계리에서 정선군 임계면 송현리를 넘는 35번 국도이다. 35번 국도는 부산시 북구와 강원도 강릉시 옥천동까지의 458.6km의 도로이다.

  삽당령(揷當嶺 : 721m)은 고개 정상의 생김새가 마치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되어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02시 25분 백두대간 북진 종주 34구간을 시작한다. 삽당령 백두대간 표지석 뒤로 이어지는 임도를 들어서자마자 우측의 산길로 들어선다. 20여분 만에 임도에 내려서서 바리게이트를 건너자마자 좌측에 이정표가 나오며 대간 마루금은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은 대원들의 숨소리 뿐 적막하기만 하다. 칠흑같이 어두운 숲은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하여 앞만 보일뿐 주변은 온통 칠흑 같이 어둡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비추니 아름드리 소나무와 단풍나무와 신갈 나무가 육중한 자태로 백두대간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고개를 돌려 나무를 쳐다보는 것조차도 걸음이 늦어질까 봐 여유를 부리기 쉽지 않다.

   아름드리 나무숲은 간간히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산객의 마음을 어루 만져주는 듯하다.
그렇게 고요와 적막함속에 숲속을 걸은 지 2시간 만에 석두봉에 오른다.

  

석두봉(石頭峰,982m)은 정상부근이 바위로 이루어져 마치 머리에 바위를 올려놓은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멀리 우측의 동해 바다 쪽에 여명이 비치는 듯하지만 4시 25분의 새벽은 아직 어둡다. 잠시 물 한모금과 오이 몇 조각을 입에 넣고 석두봉을 나선다.
 
  석두봉을 내려서니 주변의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옷은 이미 땀으로 젖었고 얼굴에는 땀이 뚝뚝 떨어진다.

  하지만 새벽의 시원한 공기는 몸을 한층 북돋워주고 있다. 주변은 온통 아름드리 소나무와 신갈나무, 단풍나무가 육중한 뿌리를 내리고 온갖 생명들의 삶을 지켜보며 오랫동안 이 땅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석두봉에서 2시간 화란봉 갈림길이다. 화란봉(花蘭峰 : 1,069m)은 대간길에서 0.13km 벗어나 있지만 블랙야크 백두대간 인증지이다. 화란봉은 부챗살처럼 펼쳐진 화관이 정상을 중심으로 겹겹이 에워싼 형국이 마치 꽃잎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란봉 하늘 전망대는 화란봉 정상에서 10분 거리에 있지만 생략한다.
화란봉에서 닭목 령까지의 등산로 주변은 아름드리 금강송이 웅장하게 하늘을 찌르듯이 서있다. 주로 백두대간을 따라 분포하는 소나무를 금강송이라 부른다. 나무가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자라고, 속이 누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해서 황장목(黃腸木)이라고도 한다.

  

백두대간을 지키고 있는 금강송

금강송은 마치 수천 년을 이 자리를 지켜온 듯 굳게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찌르듯 웅장하게 곧게 뻗어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의 뜨거운 백두대간의 힘든 여정을 씻어주는 듯하다.


   악성재생성빈혈입니다.”
“예?”
“악성 재생성빈혈은 피가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수혈 이외에 아직까지는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의사는 중학생인 나에게 깍뜻이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환자의 보호자를 대하듯 중학생이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온 것에 대한 관심은 추호도 없었다.
“그럼 음”
나는 머뭇거렸다. 도무지 무슨 말을 물어야 하는지 몰랐다. 아버지는 창백해진 얼굴로 의사와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셨다,
“선생님 그럼 선천적으로 병이 생긴 겁니까?”
나는 이병이 유전이 되는지 그래서 혹시 몹쓸 병이 나에게도 생기지 않을까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버지를 염려하는 생각보다 나에게 닥칠 앞날을 더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닙니다. 아마도 검증 되지 않은 약물로 중독되어 병이 온 것 같습니다. 그 약물 때문에 골수 생성이 안 된다고 판단합니다.”
의사는 아버지가 지붕에 떨어져 다치신 이후로 환으로 만든 민간약을 장기간 복용한 것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1970년대에 이 병을 진단한 의사의 진단은 정확하였던 것 같았다. 여러 대학 병원과 종합병원에서 병명을 밝혀내지 못하였던 것을 이 의사 선생님은 병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병원을 나와 택시를 탔다. 아버지는 택시를 타는 것도 힘에 겨워하셨다.
“아부지요 피(적혈구)가모자라 수혈를 정기적으로 해야 된다 카네예.”
“응”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수혈을 받으면 안 되겠능교? 영천에서 말입니더.”
“그래 그라자”
아버지는 힘없이 말씀하셨다.
집에 오니 어머니는 들에 가시고 없었다. 사랑방에 아버지가 힘없이 들어가시는 뒷모습을 본 나는 한없이 눈물이 쏟았다. 아버지는 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셨다. 늘 공부를 열심히 하면 외국 유학을 보내주겠다고 다짐하셨다. 아버지가 아프시지 않으셨을 때도 그다지 부유하지 않았던 우리 집의 형편으로 보면 턱도 없는 말씀이지만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너 만큼은 대학을 보내 주겠노라는 아버지의 나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을 어린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앉은뱅이책상을 사주셨다. 책꽂이에 얼마 되지 않는 책을 꽂아 두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펴보곤 했다. 아버지도 책을 간혹 읽으시는 것을 본적이 있지만 내 책꽂이에 꽂힌 책을 읽으신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책은 “금삼의 피”(1936년 박종하지음) 라는 그다지 두껍지 않는 책이었다. 생각나는 책의 줄거리는 이러했다.
성종의 후궁으로 있던 윤씨가 연산군을 낳고 왕비로 책봉된다. 그러나 왕이 다른 후궁과 가까워지자 윤시는 서로 부적으로 상대를 해치려고 한다. 이러던 중 성종과 윤씨가 말다툼 끝에 성종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내어 폐위되고 끝내 사약을 받게 되는 데 이때 피를 토한 수건을 남기며 연산군이 왕이 되면 전해달라고 하며 죽었다. 연산군이 왕이 된 후 어머니의 피묻은 수건을 전해 받은 후 연산군이 피의 보복을 벌이는 내용이다. 책은 어린 내가 감당 하기 힘든 성에 대한 예기와 상대를 모함하고 응징하는 내용이었다.
또 하나의 책은 양귀비가 주인공인 책인데 당현종이 며느리인 양귀비를 후궁으로 만들게 되기까지 이야기와 안녹산(安祿山)과의 염분으로 안녹산의 난을 일으켜 결국 죽게 되는 이야기였다. 양귀비 책은 어린 나에게는 각종모함과 성에대한 묘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밖에도 여러 색이바랜 여러 고전소설이 있었지만 지금의 고전소설로 분류된 구운몽, 장화홍련전, 허생전 같은 소설책은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병명이 밝혀진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영천에 나가 수혈을 했다. 아버지가 영천에 있는 병원에 수혈을 받으러 가실 때는 어머니와 동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다. 은자가 탱자나무에 편지를 넣어두고 힐끗 내방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았다. 은자는 정말 오랜만에 탱자나무에 편지를 넣고 갔다. 아니 정확히 일주일 만이다. 얼른 탱자나무에 가서 편지를 꺼내 집으로 왔다.
TO 욱이
방학은 잘 보내고 있니?
얼마 전에 네니가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어.
네 아버지가 많이 아픈 신 것 같더라.
그래도 어떻 하겠니 힘내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네.
내일 우리 집에 놀러와
from 은자
우리 집에 놀러오라는 은자의 편지는 나를 놀라게 했다.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몇 시에 오라는 건지, 어디로 오라는 건지 도무지 편지의 내용으로는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모두 계시는 집에 놀러 오라는 당돌함에 적이 놀랐다.
이튿날 저녁을 먹고 어둑해 지길 기다렸다. 낮에는 어른들에게 들킬까봐 감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니 닭목령(700m)이다. 닭목령은 대관령, 삽당령과 함께 백두대간을 넘는 주요 길목이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속하는 이 고원지대는 고랭지채소밭과 강원도 감자종장, 중요한 수목의 종자를 틔우는 채종원(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강릉지소)이 모여 있다. 지대가 높아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1,000m급산들이 심심한 야산으로 보인다.

닭목령 표지석


  지형이 닭의 목을 닮아서 닭목 령이라지만 어떻게 닮았는지는 산림으로 뒤덮인 지금은 오리무중이다. 한자로는 계항치(鷄項峙)라고 하는데 넓은 대기리 고원에서 강릉으로 통하는 좁은 통로여서 그런 이름이 붙은 건 아닐까 짐작해본다. 대관령보다 낮고 짧은데 더 번성하지 못한 것은 고개를 넘어 서울 방면으로 산악지대가 대관령보다 더 험하고 멀어서 일게다
(출처 : 자전거생활)
닭목령에 닿으니 드림 산악회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출발할 때 문대장이 닭목령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고 일러준 대로 우뭇가사리 콩국을 준비해 뒀다. 얼음을 넣은 우뭇가사리 콩국이 시원하고 구수하다. 시원한 우뭇가사리 콩국을 준비해준 문대장에게 감사한다.
닭목령 표지 석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 왼쪽으로 고랭지 채소밭에는 잘 자란 배추가 탐스럽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고랭지가 아닌 곳에서는 배추 농사가 안 된다. 그래서 여름이 무더울수록 또한 비가 잦을수록 배추 값은 올라간다. 아무쪼록 금년에 배추 값이 좋아 농부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나길 바래본다.
달목 령에서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만나지만 짧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면서 완만하게 오르는 산길이 계속된다. 왕산 제1쉼터를 지나니 처음으로 바위구간을 만난다. 육산으로 진행되던 산길에 짧지만 구간이지만 바위 구간은 지루하던 산길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풍력발전의 거대한 바람개비가 보이기 시작하고 안반데기 마을이 나무사이로 잠깐씩 보이기 시작한다.
짧은 오름이 계속되고 닭목령-고루포기산 구간에는 오르막이 시작되기 전에 제1쉼터와 제2쉼터가 있다. 화상 입은 소나무를 지나니 제2 쉼터가 나타나고 고루포기산 마지막 오름이 시작되고 철탑 두개를 지나니 고루포기산(1,283m) 정상에 닿는다. 닭목 령에서 3시간 남짓 만이다.

고루포기산 정신ㅇ


고루포기산 정상에서 일행과 함께 과일과 오이로 체력을 보충하고 고루포기산을 내려선다.
고루포기산에서 조금 내려서니 대관령 전망대이다. 전망대에 올라서 보지만 숲이 우거져서 나무 사이로 간신히 보인다. 전망대를 내려서니 연리지 나무 푯말이 보이고 그 뒤에 연리지 나무가 있다.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한 나무인 것처럼 자라는 나무를 일컫는데 그리 흔하지 않다. 이곳 연리지는 한 나무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다시 붙은 나무인 것 같다.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내려가는 길이 길어질수록 능경봉을 오르는 오름길이 얼마나 더 길어질 것이라는 짐작으로 걱정은 더 깊어진다.
멀리 영동 고속도로의 차량이 달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고속도로의 터널 위를 지나 능경봉을 올라야한다. 같이 가는 일행들은 이미 식수가 떨어져 힘들어 하신다. 조금 내려가면 샘터가 있다는 희망에 서둘러 내려가니 샘터는 보이지 않고 샘터 이정목이 버티고 있다.
이정목을 따라 수십 미터 내려가 보지만 샘터는 보이지 않고 고인물이 나뭇잎으로 뒤덮여 있어 식수구하기를 포기하고 샘터 이정 목으로 돌아와 다시 능경봉 오르막길을 오른다.
한여름 찜통더위에 잠도 못자고 2시부터 시작한 산행이라 몸은 지쳐 있다. 같이 걷는 일행은 오르막을 힘겹게 오른다. 행운의 돌탑 0.6km 이정표를 지난다. 체력을 모조리 쏟아 올라가도 돌탑은 커녕 가파른 돌계단만 보인다.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행운의 돌탑이다.
여기다가 행운의 돌탑을 쌓았을까. 행운과 불운을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닐까 의문을 가져 본다. 그러나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안도감에 들기 힘든 돌을 겨우 들어 돌탑에 얹어 놓고 오늘 대간길이 빨리 끝나기를 빌어본다.
 
이때까지 나는 대간길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잊고 있었다. 행운의 돌탑 이정 목에는 능경봉 0.2k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0.2km는 가볍게 보면 안 된다. 능경봉은 마치 나를 놀리듯 한걸음 다 가면 두 걸음을 내 빼는 것 같이 능경봉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힘겹게 오른 능경봉



  같이 걷던 대원들은 지쳐서 뒤쳐져 보이지 않고 혼자 겨우 힘겹게 능경봉에 올라선다. 먼저 올라온 다른 산악회 회원에게 인증사진을 부탁하고 마지막 남은 물 한 모금 마시고 대관령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마지막 힘을 내어 대관령 임도를 지나 대관령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를 거쳐 대관령 표지석에 내려서니 대관령 휴게소에 닿는다.

대관령 표지석


  대관령 휴게소에는 피서를 즐기는 캠핑카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고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숨이 막힌다. 먼저 도착한 대간 대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버스에 올랐다. 대관령 면소재지에 있는 황태회관에서 황태불고기와 오삼불고기에 황태국으로 오늘의 11시간의 대간길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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