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도전

백두대간 제 22 구간

머투리 2023. 2. 28. 09:28

   

백두대간 북진종주 22구간
산행일자 2023년 2월 26일(일요일)
산행코스 은티마을-성터갈림길-산성터-시루봉-사다리재-황학산-조봉-이화령
도상거리 17.8m
실제거리 18.5km
산행시간 7시간30분(휴식시간포함)

   버스가 5군수 지원 사령부 앞을 출발한 시간은 4시 40분이다. 버스는 만촌역, 범어동, 반월당, 동아백화점, 성서 홈플러스 앞을 경유하며 대원들을 태우고 새벽의 어둠이 막 걷히기 시작하는 은티 마을 주차장에 도착한다. 은티 마을은 백두대간의 주능선에 오르는 한가운데에 있는 마을이다. 은티마을에서 은티고개를 거처 악희봉과 주치봉을 오를 수 있고, 지름티재를 거쳐 구왕봉과 희양산을 오를 수 있으며, 산성터를 거쳐 희양산과 시루봉과 이만봉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분수령에 오를 수 있는 마을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 입구에는 너른 주차장이 구비되어 있다.

시산제 독축
돼지머리에 돈이


     이 은티마을 주차장에서 드림산악회 북진종주 7기 종주대의 시산제가 있는 날이다.  차에서 내린 대원 들은 미리 준비해온 떡과 밤, 대추, 배, 사과 그리고 돼지머리와 포를 제사상에 올리고 시산제 준비를 한다.
  산신령님 강신(降神) 분향 후 산신(山神)을 맞이하는 참신(參神)과 문대장의 산신께 첫 잔을 올리는 초헌(初獻)과 독축(讀祝) 낭독 후 음복(飮福)으로 시산제가 끝이 났다.
유세차(아래의 정해진 날짜에)
단기 4356년 계묘년 이월 이십육일
   오늘 저희 대구 드림산악회 백두대간 북진종주 대원 일동은 이곳에 올라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명을 지켜주시는 신령님께 고하나이다.
  지난 한 해 하늘아래 산, 물, 나무, 풀, 바위를 비롯한 만물들이 제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대자연을 거닐었습니다.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무사 안전하게 보살펴주신 신령님의 자애로운 보살핌에 감사드리고 이번 백두대간 북진 종주의 무사 기원을 위해 시산제를 올립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 되어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더럽히거나 파괴하지 않을 것이며,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며, 산을 닮아 좋은 사람이 되어 아름다운 산행을 하고자 합니다. 거듭 비옵건대 대구 드림산악회 백두대간 북진종주 대원들 서로 화합과 협동하며 배려하여 모두 함께 무사 종주를 하게 하여 주시옵시고 대원들과 그 가족들이 더욱 건강한 가운데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옵기를 엎드려 고하오니
  천지신명이시여!
   오늘 준비한 술과 음식은 저희들의 조그만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어 즐거이 받아 거둬주시고 올 한 해 산행길이 무사하게 굽어 살펴주시옵고, 이 한잔의 술을 흠향(歆饗)하여 주시옵소서.
                                                            
                    대구드림산악회              
               백두대간 북진종주 대원 일동
          단기 4356년 계묘년 이월 이십육 일
   
   시산제가 끝이 나고 우리 대원들은 막걸리와 떡을 음복한 후 백두대간 22차 기념사진을 찍고 8시에 오늘 대간길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은티마을에서-성터갈림길-산성터-시루봉-사다리재-황학산-조봉-이화령에 이르는 18km의 대간길이다. 은티마을에서 이화령까지 계곡을 건너는 직선거리는 6-7km 밖에 되지 않지만 계곡을 건너지 못하고 분수령을 따라가는 U자형의 백두대간길은 18km 정도이다.
   은티마을-3.2km-성터-2.9km-이만봉-4.7km-백화산-1.8km-황학산-5.2km-이화령까지 도상거리 17.8km이다
   산행 준비 후 주차장을 나서니 선두는 보이지 않는다. 급히 두 번째 선두를 따른다. 완만한 임도길을 접어드니 시루봉 이정표가 나온다. 오늘 대간길은 21차 접속구간인 산성터에서 시작한다. 은티마을에서 은티산장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어야 하는데 앞장선 대원들이 직진해 버렸다. 시루봉이라면 대간길인 성터-시루봉 구간을 빼먹게 된다. 백두대간 초보인 나로서는 앞 대원들을 따라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대간을 하는 것은 대간을 계속 이어서 걷는 우리의 약속이다. 백두대간 길을 처음 개척한 산악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의 백두대간길이 완성하였음을 상기할 때 대간길을 잇지 않는 것은 백두대간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다. 7기 백두대간 원정 팀은 우리가 백두대간을 하는 이유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시루봉과 이만봉 갈림길에서 대간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시루봉을 지나친다.
  

시루봉 갈림길에서 이만봉에 이르는 대간길은 가파르다. 1시간여의 힘겨운 오름 후에 시루봉 정상에 도착한다. 지난번의 버리기미재-장성봉-구왕봉-희양산-은티마을의 호쾌하고 우뚝 솟은 장엄한 능선길과 달리 저 멀리 속리산군이 바라보이는 조망이 아름다운 능선길이다.
   이만봉으로 가는 길은 평탄하지만 능선에 뾰족 솟은 절리에 신발이 걸려 넘어질까 봐 조심스럽다. 은티마을에서 2시간 산행 끝에 이만봉(990m)에 이른다.
   

이만봉 정상석


   백두대간의 근간을 이루는 백화산(1063m)과 희양산(998m) 사이에 우뚝 솟은 이만봉은 충북괴산과 문경가은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이만봉이라는 산 이름은 임진왜란 때 이곳 산골짜기로 2만여 가구가 피난을 들어와 이만봉이라 불리었다는 전설과 옛날 이만호라는 이름을 가진 형제가 이 산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유래되었다는 두 가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곰틀봉을 지나고 사다리재에 닿는다. 뇌정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틀어 백화산으로 향한다.
   평전치의 전망대에서 대원들 여럿이 둘러앉아 각기 싸 온 점심도시락과 즉석에서 끓인 라면을 곁들여 점심을 먹는다. 1시에 백화산에 도착한다. 화강석으로 만든 자연석에 “白華山“이라고 쓴 글씨체가 투박하지만 정감이 간다.


백화산 정상

   백화산(1063.5m)은 눈 덮인 산봉우리의 모습이 하얀 천을 씌운 듯이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위태한 밧줄구간

   옥녀봉 갈림길을 지나고 약간은 험한 암릉길을 내려온다. 백화산에서 50여분 황학산(912.8m)에 닿는다.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는 황학산은 문경시 문경읍과 중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3번 국도 이화령 남쪽 6km에 솟아있고 바로 옆에 덩치 큰 백화산(1063,5m)이 있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호젓한 산길과 산마루에 펼쳐진 큰 억새밭과 참나무 숲길이 그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
   이화령까지 5.3km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드는 편한 길이 이어진다. 황학산에서 1시간여 조그만 연못을 지고 조봉에 닿는다.
   조봉(673m)(鳥峰)은 새봉이라고도 불리는데 과거에 홍수가 났을 때 산이 모두 잠기고 새머리만큼만 남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헐 홍수가 얼마나 났기에 이산이 모두 잠기고  새 머리만큼만 남았다는 말인가?
 

    할머니는 내가 여섯 살 때 돌아가셨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그러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또렷이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머리에 새끼로 꼰 수질(首絰)을 쓰고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인 상장(喪杖)을 짚고 슬프게 곡을 하셨다. 어느덧 손님들로 분주해지고 마당 한편에는 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감주와 술을 빚어 독을 지게에 지고 오면 감주와 술은 큰 항아리로 옮겨졌다. 이렇게 들어온 감주와 술이 담긴 항아리들이 마당 한켠에 즐비하게 놓였다. 항아리 밑에는 감주와 술을 데우기 위하여 짚으로 불을 지폈다. 부엌 앞 담벼락에 가마솥이 걸리고 죄 없는 송아지가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매캐한 연기와 전부치는 기름 냄새가 집안 가득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며칠간 집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으며 손님을 대접한다고 부엌에는 친척 아주머니들이 북적였으며 마당에는 음식상을 나르는 남자들로 밤낮없이 북새통이었다.
  며칠 뒤 할머니의 관은 꽃상여 속에 넣어졌으며 동네 청년들은 상두꾼으로 참여하였다. 상여 앞에 어느덧 병풍이 펴지고 돗자리를 펴고 제사상위에 음식이 차려졌다.    
  상주가 된 아버지는 머리에는 새끼로 꼬아 만든 수질(首絰)를 쓰고 삼베옷을 입으셨다. 제관들은 두건을 쓰고 옷은 모두 흰 두루마기를 입으셨다. 이 옷들은 친척 아주머니들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하룻밤 사이에 밤을 새워서 만드신 것이다. 아버지는 맨 앞에 서시고 제관들이 그 뒤에 서시고 축문이 고해지고, 아버지가 곡을 하며 절을 하시면 제관들은 따라서 절을 하셨다.
  제사가 모두 끝나고 상주들이 물러서자 상여꾼들은 상여를 둘러맨다.
영차~하고 상여가 휘청 들어 올려진다.
어~홍 어~홍 어허야 어~홍
상여는 좀처럼 떠나지 않고 제자리에 빙빙 돈다.
어~홍 어~홍 어허야 어~홍
  아버지가 급히 상여 앞에 가서 새끼줄에 돈을 꽂고서야 상여가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자 한자가 쓰인 여러 색의 만장이 앞장서고 가마가 뒤를 따르면 상여가 그 뒤를 따른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북망산천 나는간다
천금 같은 자손 두고 금쪽같은 가족 두고
어~홍 어~홍 어화릉차 어~홍
앞마당에 살구나무 뒷마당에 대추나무
대청마루 건넌방에 손주 녀석 옹알이 소리
어~홍 어~홍 어화릉차 어~홍
일가친척 친구님네 이내 말 좀 들어보소
오늘 내게 당해보니 대문밖이 저승이라
어~홍 어~홍 어화릉차 어~홍
황천길은 몇 만린가 집 떠나서 어딜 가나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돌아올 날 일러주소
어~홍 어~홍 어화릉차 어~홍
<중략>
  상여가 출발하면 상여가 지나가는 골목의 집에서는 장독들을 모두 덮었다. 상여가 마을어귀를 돌아가면 아녀자들은 담 너머에서 발꿈치를 들고 서글픈 표정을 짓거나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아버지는 마을 어귀에 새집을 얻어 신접살림을 차리셨는데 새 할머니는 건넛마을 할머니이셨다. 할아버지 집에 내가 가면 할아버지는 곶감이나 밤, 홍시 같은 먹을 것을 늘 챙겨 주셨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하셨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할아버지는 내가 아홉 살 때 돌아가셨다. 일 년 정도 앓으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병시중은 어머니가 하셨다. 할아버지가 돌아 가신날은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봄방학날이었다.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데 우리 집 지붕에 옷이 올려져 있고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을 보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음을 알았다. 할아버지 초상 때도 송아지 한 마리가 희생되었는데 이 송아지는 내가 산에 방목하여 키웠던 송아지였다.
    처마 밑에는 부조로 들어온 술항아리와 감주 항아리가 수없이 많았으며 마당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웃집 사랑채에도 손님들로 북적이고 집에서 음식을 갖다 날랐다. 끼니때마다 대문밖에는 음식을 얻어먹으러 온 거지들이 서성댔다. 그러면 눈치 빠른 친척 아지매가 쪽박에 밥과 국, 반찬을 담아서 갖다 줬다. 그러면 밥을 얻은 거지들은 뒷걸음치며 내달았다. 멀리서 오신 친척들은 초상이 끝나고도 며칠 더 계셨다. 북적이던 손님들이 모두 떠나가시면 집은 일순간에 적막에 잠겼다.

  할머니가 계시던 방문 앞에는 문을 새끼줄로 둘러졌다. 방안은 높다란 제사상이 놓여 있었으며 그 위에는 할머니의 신위가 담긴 하얀 혼백이 놓여있었다.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씩 상식을 올리고 혼백을 반쯤 열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삼촌이 곡을 하고 난 뒤 절을 하였다. 문 앞에 둘렀던 새끼줄과 방안의 제시상은 2년 뒤 대상을 치르고 난 뒤에 치워졌다. 그제야 집안을 들락거리던 손님들도 뜸해지고 집안은 일상의 평온을 되찾았다.
 
  

길은 편하고 산은 사방은 온통 낙엽송 천지다.

하늘을 찌를듯한 낙엽송

쭉쭉 뻗은 낙엽송은 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조봉을 지나고 깎아지른 듯한 사면에 좁고 위태로운 길을 따라가다 보니 갈림길이 나타난다. 우측을 택해 하산하니 이화령 산불 감시 초소가 나타난다. 드디어 이화령에 닿았다. 왼쪽 갈림길로 갔다면 이화령 고개의 생태터널 위를 지나 다음 접속구간인 조령산 들머리 통로를 지나 이화령 휴게소에 닿는다. 이화령(梨花嶺)(548m)은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서 붙여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화현이라는 이름은 고려사 지리지에 처음 등장하고 대동여지도에도 이화현으로 표기하고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고개가 험하여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하여 이유릿재, 어우리재 등으로도 불렀다고 한다.(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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