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도전

백두대간 제 39구간

머투리 2023. 10. 11. 10:22

 

백두대간 북진종주39구간
산행일자2023년 10월 7일(토요일)∼8일(일요일)
산행코스미시령-황칠봉-마등령-공룡능선-소청봉-한계령
도상거리25.25km
실제거리27km
산행시간18시간 00분(휴식시간포함)

 백두대간 39구간은 미시령(825m)-황철봉(1,381m)-저항령(1,100m)-마등령(1,320m)-나한봉(1,298m)-희운각대피소(1,050m)-소청봉(1,550m)-끝청봉(1,610m)-한계령삼거리(1,340m)-한계령(920m)이다.
설악산은 크게 남설악과 내설악, 외설악으로 구분한다.
 
  남설악은 한계령 남쪽의 점봉산, 오색약수터 주변의 계곡과 대청봉 남쪽의 등산로 이고, 내설악은 대청봉에서 마등령을 지나 미시령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능선의 안쪽의 내륙의 백담사에서 오세암, 수렴동계곡과 봉정암쪽이고, 울산 바위와 비선대가 있는 백두대간 주능선의 바깥쪽이 외설악이다
 
  대구 제5군수사령부 앞에서 10월 7일 오후7시 40분에 출발한 버스는 8일 오전 1시 10분에 미시령에 도착했다.
 
  미시령 표지석 뒤로 높게 설치된 철망펜스를 대원들은 익숙한 듯 펜스 아래로 뚫린 개구멍으로 들어간다. 미시령- 마등령구간은 국립공원 비탐구간이다.
 
  백두대간 북진은 한계령을 들머리로 하여 날머리 미시령으로 하산하여야 하나 마등령-미시령구간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들머리를 미시령으로 진행한다.
 
  드림 산악회는 국공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미시령-한계령으로 결정하였으나 미시령에서 황철봉,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너덜 길은 길이 험하여 대단히 위험한 구간이다.
 
  더군다나 이번구간의 BAC인증은 한계령삼거리, 끝청봉, 희운각 대피소, 마등령 삼거리로 인증지가 4곳이다.
 
  미시령-마등령구간은 인증지가 하나도 없어서 만약 비선대로 탈출할 경우 인증을 하나도 할 수가 없다.
 
  나는 미시령-한계령 코스를 한 팀 진행하고, 원래 계획대로 한계령-미시령 코스를 한 팀 더 진행하여 마등령에서 국공이 지키면 비선대로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렇게 했을 경우 진행상의 어려움이 있어서 미시령에서 출발을 결정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2주 동안 나는 이번구간 산행을 포기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평생 경험 못할 미시령에서 황철봉,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거친 능선에서 설악의 아름답고 장엄한 풍광을 나는 보고 싶었다.
그러나 깜깜한 밤에는 몇 미터 앞만 보이는 헤드랜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보이지 않으면 보지 못한다.

  위험하기 까지 한 이 구간을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지금까지의 백두대간의 여정이 너무 아까워 이번구간을 참여하게 되었다.

  미시령 철망 펜스를 넘어 잡목 오름길을 걸어 잠시 걷는데 갑자기 우둑우둑 비가 쏟아진다.
10월 설악의 새벽 비는 차갑다. 급히 우의를 입는다.

미시령 철망팬스 개구멍으로 진입


  다행히 새로 구입한 우의는 몸에 잘 맞고 적당히 두꺼워 보온도 잘된다.

  지난 23구간의 이화령-하늘재 구간에서 비를 맞고 너무 추워 문경세재 제3관문에서 탈출했던 씁쓸한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그사이 대원들은 칠흑 같은 어둠속에 나를 남겨두고 하나둘 추월해 사라진다. 그렇다고 후미로 남게 되면 중도에 탈출해야할지 모른다.

  대원들을 놓치면 미시령 너덜 길에서 길을 잃을지 모른다. 안간힘을 다해 대원들을 따라간다.

  잡목이 우거진 오름길을 40여분 걷다보니 앞에 희뿌연 구조물이 보인다. 바위 위 인 듯 한 곳에 텐트가 여럿 쳐져 있다. 비법정 탐구구간에 텐트라니, 저 산 꾼들은 무슨 독불장군이라고 단속을 피해서 비박하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텐트속의 사람들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텐트를 피해 걷는다. 조금 지나니 유해 발굴하는 구조물이 나타나고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70년 여 년 전 선배전우들이 목숨을 걸고 오르내린 전투현장입니다.’ 라고 쓰여 있다.

  한국전쟁 당시 설악산 지구 전투는 국군 수도사단과 11사단이 북한군 6군과 치열한 전투 끝에 설악산 일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바위틈에 몸이 빠지고, 나뭇가지에 부딪혀 얼굴이 찢기며, 보급이 어려운 산악 지대에서 목이 마르고 입술이 말라 터지고 선혈이 튀고 비명이 난무하던 전투에서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선배전우들의 목숨을 건 싸움에서 승리 했고 설악을 손에 넣었다. 그래서 이 길로 우린 대간산행을 할 수 있다.

  왼쪽으로 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잠시 내리막길이 이어지더니 거대한 암석 너덜길이 버티고 있다. 1톤이 넘는 테트라포드를 쌓아 놓은 듯한 암석 너덜길이다.

황철봉 너덜길


    칠흑의 어둠속에서 두발로 내딛기가 두려워서 엎드려 네발로 걷는다.

  손으로 앞의 바위를 잡고 발을 내디뎌야 할 정도로 바위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다. 엎드려 오르다가 불쑥 튀어나온 암반에 머리를 부딪치기 일쑤다.

  야광막대기가 길을 표시 하지만 길을 잃기 일쑤다. 두 손으로 앞의 바위를 잡고 발을 디디며 기어오르다가 거대한 바위가 앞에 버티고 있으면 다시 되돌아와 길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대원들이 사라지고 없다. 길을 잃으면 조난이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 조난 당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산악회원 40여명이지만 앞의 대원이 기다리지 않고 가버리면 늘 혼자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리하기를 여러 번 만에 거대한 바위너덜이 끝나고 내림이 잠시 이어진다.

  황철봉인듯한 너른 공터에 닿는다. 리본은 여럿 있지만 표시기는 치워 버렸는지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거대한 암릉 너덜이 시작된다. 이제는 내림너덜이다. 발아래 듬성듬성 놓여있는 바위에 발을 딛기가 두려워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제는 엎드려 기어 내려가야 한다.
  
  앞의 낮은 바위를 손으로 집고 발을 내 디뎌야 할 정도로 바위 사이는 깊고 위험하다.

  길게 이어지는 바위 너덜을 한참을 내려서니 앞선 대원의 불빛은 저위에 있는데 올라가는 길이 없고 잡목이 빼곡히 있어 길이 막혔다. 이리저리 가보지만 길이 없다.

  다시 되돌아가서 길을 찾아보았으나 길은 보이지 않는다.

  뒤따르던 후배 대원이 희미한 리본을 발견하여 그리로 진행하여 바위너덜 옆 사면을 지나니 수직 암릉으로 가느다란 밧줄이 길을 안내한다.

  저항령으로 내려서는 숲길이 이어진다. 여기서도 길을 잃고 외로이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리본을 발견한다.

  저항령인듯한 곳에서 다시 너덜 오름길이 이어진다. 황철봉 오름 너덜길보다 더 큰 바위가 엉켜있는 거의 직벽 암반 너덜 길을 30여분 기어오른다. 길을 잃을 까봐, 앞선 대원이 가버릴 것 같아 변의가 있어도 참고 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잠시 볼일을 본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수직암벽이 우뚝 솟아 있다.
등산길은 저 거대한 암벽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것 같다.

  거대 암벽을 돌아 나무와 바위가 뒤섞여 있는 너덜 길을 내려가다 또 길을 잃었다. 혼자라면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길에 희미한 리본을 찾아 길을 찾는다.

  왼쪽으로 돌아가던 대간길이 다시 오른쪽으로 이어지며 비교적 편안한 숲길이 이어지더니 마등봉 오름길이라 짐작되는 오름을 오른다.


  앞에 넓은 너덜길이 버티고 있지만 이제 끝이 보이는 너덜길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은 크기의 암석이다. 표시기는 없고 산 꾼들이 밟은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너덜길은 짧게 끝이 나고 잡목사이의 길을 걸으니 다시 오르막 너덜이다. 다시 이어지는 모가 난 작은 암반의 너덜이 다시 시작되고 너덜 길을 따라 왼쪽으로 나 있는 너덜 길을 쉽게 오른다.

  정상의 너른 공터의 작은 암반에 누군가 마등봉이라 새진 돌이 세워져 있다.
드디어 미시령-마등봉 너덜길이 끝이 났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앞선 대원들이 우르르 몰려 올라오고 있다.

  아마도 마등봉에서 직진하는 길을 택하여 길을 잃어 되돌아오는 모양이다. 마등봉에서 맨 오른쪽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길은 계속 편한 내림이 이어지다가 마등령에 닿게 된다.

  너른 마등령 쉼터에는 비선대에서 올라온 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날은 밝았지만 비는 계속내리고 있다.
 

  여기서 비선대로 내려갈 것인지 공룡능선을 타고 희운각으로 갈 것인지, 비선대로 하산 할 것인지 결정해야한다.

  비선대에서 올라온 등산인은 비가 오는데 비선대로 하산 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한다. 나는 비는 08시에 그친다고 예보되었다고 하자 지금 8시가 넘었다고 하며 산악 날씨는 알 수가 없으니 비선대로 하산하시는 게 좋겠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지만 체력은 괜찮은 것 같다.

  드림 대원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 해보지만 비선대로 하산을 결정하신다.
마등령을 뒤로하고 다시 평탄한 오른쪽 내리막길을 잠시 내려서니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한다.

  다른 말씨의 산객에게 부탁하여 BAC인증 사진을 찍고 다시 공룡능선을 향한다.

  산객들은 아침을 먹느라 분주하다. 혼자이고 비가 아직 내리고 있어 배낭을 내리기가 시간도 걸리고 귀찮아 그냥 오세암과 비선대, 희운각 갈림길에서 희운각 5.1km 공룡능선으로 발을 내딛는다.

  마등령(1,220m)은 내설악의 인제군 복면과 외설악의 속초시 설악동을 잇는 옛 고개 이다. 마치 말의 등처럼 움푹 파였다고 해서 마등(馬騰)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공룡능선은 마등령에서 희운각 대피소 까지 5.1km의 능선으로 공룡의 등처럼 뾰족한 암봉들이 솟아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룡의 등처럼 오르내림이 심하다.
황철봉의 거대한 너덜 길을 죽을힘을 다해 걸어 나왔다. 거기에 비하면 공룡능선은 꽃길이다. 곳곳에는 철난간이 설치되어 안전하다. 길은 수많은 사람들이 밟아 다져져 있다.

  나한봉에 닿으니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왼쪽 저 멀리 동해 바다와 속초시가 구름 속에 갇혔다. 오른쪽으로는 용아장성이 구름 속에서 꿈틀대는 듯하다.

용아장성


  등산객들이 제법 많지만 정체되거나 길을 비켜줘야 할 정도는 아니다.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았다.

  비옷을 벗어 배낭을 내려야 하기에 거추장스럽고, 무엇보다 시간이 급하여 미루고 미루다가 길옆 바위를 등지고 가져온 간편 식사를 허겁지겁 혼자 먹는다.

  아직 체력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본다.
신선대에 다다랐다. 신성봉 오름길에서 길을 막고 누운 고사목이 젊은 시절 친구들과 공룡능선을 왔을 때 그때와 같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고사목은 20 여년 전도 똑 같았다


  누워있는 고사목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고사목은 그대로 변함이 없는데 그때 같이 사진을 찍었던 친구 하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그때 그 모습의 누운 고사목을 보며 고사목위에 앉아있는 친구를 만난다.
세월은 그렇게 흘렀건만 저기 누워 있는 고사목은 하나도 변함없이 그대로 인데 추억과 경험을 공유하던 친구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선산인 길재 야은은 고려가 망하자 관직을 버리고 선산에 낙향하여 후배 양성에만 힘쓰다가 백의(白衣)의 몸으로 영화로웠던 고려의 도읍지 개성 송도에 와서 폐허가 된 고려의 도읍지를 보고 읊은 시조가 생각난다.

  오백년 도읍지(都邑地)를 필마로(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산천은 변함이 없으나 인걸은 간 데 없다는 회한을 노래한 길재 야은선생의 노래와 같지 않는가?

  그때 젊은 우리는 공룡능선에서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며 설악산 등정의 무용담을 나누었으며, 희운각 대피소에서 밤새도록 삼겹살에 소주를 나누며 낭만을 노래하며, 인생을 논하였다.

  지금 설악산은 멀리 떠난 친구를 만나게 해주었고, 젊은 시절의 추억을 만나게 해 주었다.

  한없이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옛 기억들은 그리움에 눈물이 난다.

  희운각 대피소가 눈앞에 보이고 멀리 중청봉과 용아장성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희운각 대피소는 공사중이고 개울앞 평상에는 않은 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중이다.
희운각 대피소는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젊은 시절 언덕위의 희운각대피소는 아주 작고 초라했다.

  추억을 더듬을 사이도 없이 희룬각대피소에 인증 사진을 찍고 서둘러 길을 나선다.
 
가을이 왔다. 논에는 벼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고, 누렇게 변한 황금 들녘은 농부들의 시름을 덜게 했다. 콩밭에는 콩이 영글고 잎는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사과밭은 사과향이 물씬 풍기며 빨갛게 고운 단장을 하고 있었다.
사과가 익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밤늦게 까지 집안일을 하시고 사과밭의 농막에 주무시러 가셨다.
밤에 사과밭에 도둑이 들까봐 밤늦게라도 방에 불을 켜고 사람의 인기척을 내야 사과 서리를 막을 수 있었다.
내가 농막을 짓기 전에는 원두막에서 잤는데 나무로 만든 원두막 아래에서 바람이 들어와 이른 한여름이 지나면 해가 지면 몹시 추웠다. 벼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면 한기는 온몸을 파고 들엇다.
그렇지만 지난 여름방학 때 지은 농막 덕분에 군불을 때고 누었으면 피로가 풀리고 금방 잠이 들었다. 농막에 주무시는 어머니를 위해 날마다 군불을 지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따뜻한 농막에서 주무시고 이른 새벽에 집으로 들어오시는 어머니는 한결 건강해 보였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는 내가 어머니를 대신해서 사과밭에 갔다. 내가 사과 밭에 갈 때는 공부할 책과 노트를 챙겨 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라 호야 불을 켜고 그 밑에서 공부를 했다. 밤이 깊어지면 짐승들의 울음소리에 소름이 돋을 때도 있었다.

  농막 안에는 괭이나 도끼 같은 농기구를 들여 놓고 공부를 하거나 잠을 잤다.


  꺄윽~ 꺄윽~ 소리를 내는 고라니 울음소리, 우우~우우~ 하는 여우 울음소리, 부엉~부엉~ 하는 부엉이 소리, 캬욱~캬욱~ 하는 멧돼지 울음소리를 들으면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이가 죽은 날에는 여우울음소리가 들린다고 어른들의 이야기가 생각 날 때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밖에 나오지 못했다.

  새로 지은 농막 덕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만 등골이 오싹해지는 짐승소리와 더불어 언덕 너머에 간담이 서늘한 공동묘지의 전설까지는 감싸주지 못했다.


  깊어가는 가을의 어느 날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따금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다.

  오늘따라 사과 밭에 일찍 갔다. 흐린 날씨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들녘은 스산했다.

이제 어둠은 짙게 깔리고 사방은 어두워 졌다.

  농막 뒷산의 꼬부랑길을 따라 서너 개의 호야불이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으나 음밀하게 움직이는 듯 발자국소리, 말소리하나 들리지 않았다.

  아니 말을 하지 않는듯했다. 산 아래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산허리를 감아 돌아가고 있었다.

  이따금 우우~우우~ 여우 울음소리가 갓난아기기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오늘은 여느 때처럼 무섭지 않았다.

 
   희운각에서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를 건너 소청으로 이어지는 오름이 계속된다.

  백두대간은 개울을 건너지 않고 마루금을 걷는다.
저 다리 왼쪽으로 능선을 타고 대청까지 이어지는 것이 백두대간길인데 소청봉으로 길을 내다보니 개울을 건너게 되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급경사 철 계단이 나타난다. 이 첫 번째 철 계단을 힘겹게 오른다.
연이어 돌계단이 나타나고 오름길은 계속된다.
오름길에서 내려오는 산객을 만난다.
  
  한계령에서 이곳 까지 7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도저히 시간 내에 닿을 수 없다. 지루하게 기다릴 우리 산악회 회원들을 생각하니 무모한 결정을 한 것 같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가나, 여기서 되돌아 천불동으로 가든 시간은 같게 걸릴 것이다.

용아장성을 배경으로


  뒤돌아 보니 간간히 구름이 걷히는 사이로 돌아본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그리고 저 멀리 가늠이 안 되는 구름속의 산들을 바라보니 이제까지의 힘든 여정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경치를 즐길 수 없다. 걸음이 많이 느려 졌지만 멈추면 안 된다.
두 번째 철 계단을 만난다. 가파른 철 계단이 연이어 나타나며 다리를 무겁게 한다.
소청봉에 닿는다. 산객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소청봉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한계령까지의 거리 7.7km, 빠른 걸음이면 3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문대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어디를 오고 있느냐고 묻는다. 소청을 지났다고 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난감해 하는 문대장의 표정이 그려진다.
 
   한두 시간이 아니고 남은 거리로 봐서 세 시간 이상을 지체 할 수밖에 없으니 문대장에게 출발하라고 한다.

  기다리는 대원들의 따가운 시선은 설악의 힘든 여정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
소청에서 한계령은 옛날 젊은 시절의 길이 아니었다.

  바위길 오름과 짧은 너덜길이 수없이 오름과 내림을 반복한다. 마침내 다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리면 아프다. 절뚝거리며 걸으니 속도가 배 이상 느려지는 것 같다.

한계령 내려가는 길에서


   평지와 내림이 계속 될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끝없이 오름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너덜길이다.
뒤따라오던 산객들은 휑하니 앞서가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따라 가지를 못하겠다.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한다. 한계령 2.3km 이다.
이제 길까지 어두워 헤드 랜턴으로 불을 밝히고서야 걸음을 내 디딜 수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이 계속 오름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바위 너덜 길이다. 다리는 펴고 올리는 것이 힘들다.
끝없이 오르내림 끝에 긴 내림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철 계단을 따라 길게 내려서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한계령이다.
숨고 싶은 심정으로 버스에 오른다. 박수 소리가 요란하다. 기다려 주신 모든 대원들께 미안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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