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도전

이 추위에 천왕봉을 오르다니...

머투리 2013. 1. 3. 23:22

  새해에는 뭔가 기운차게 출발해보자는 생각을 해봅니다.
연일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천왕봉을 오르겠다고 결심하게 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평소 무엇을 결정하는 시간에 비하면 엄청 짧은 시간의 결정이었지요.   이것은 평소 지리산  천왕봉의 영험한 기운과 신비스러운 어떤 믿음에서 나오는 나도 알 수 없는 지리산의 기운이었겠지요.

암튼 이번 산행은 백부동 계곡에서 하동바위를 거쳐 장터목산장,재석봉, 통천문을 거쳐 천왕봉을 올라 법계사- 중산리로 하산하는 제일 짧은 코스입니다.



겨울 산행 장비가 허술한 나로서는 지리산 재석봉의 칼바람을 견뎌 낼까하는 걱정때문에 장터목 대피소 까지 몸의 컨디션을 체크하느라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2시간 20분 걸려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니 살을 애이는 칼바람이 온몸을 파고 듭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빵조각 몇조각을 억지로 구겨 넣고 재석봉 능선을 향해 발걸음 옮기니 장갑낀 손가락이 얼어 터지는 듯하여 계속 산행을 해야 하나,여기서 포기해야 하나를 갈등하다가 휴게소 만물상에서 구입한 핫팩이 생각나서 가방에서 꺼내어 손가락을 감싸고 한참있으니 그 추위에도 손가락에 온기가 전해져 옵니다.

                
   

<장터복 대피소에서 바라본 연화봉가는길> <장터목 대피소에서 바라본 반야봉>



       
 

<재석봉에서 >  <재석봉 능선>

이것에 힘을 내어 거리낌없이 정상을 향합니다.
천왕봉 정상까지 칼바람이 몰아치는데 몸을 가누기도 모자를 짓눌러 쓰고 앞 가리게 때문에 앞을 보기도 힘듭니다.
통천문을 지나자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온몸에 기운이 돋고 온기가 전해져 오는 느낌입니다.
천왕봉 정상에 서니 칼바람도 부드러운 바람으로 느껴집니다. 정상석 옆에서 사진한장 찍을려고 부탁하기 위해 자청하여 사진을 찍어드리고 내사진을 부탁하니 자기는 손이 시려서 사진을 못찍어 주겠다고 합니다. 이런 난감한 일도 있네요.


      
     

<통천문> <천왕봉>

사진찍으러 온것이 아니고 지리산 산신께 우리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빌러 왔으니 칼바람도 잊은체 잠시 염원을  
담아 기도드려 봅니다.
서둘러 하산 합니다. 능선을 벗어나 중산리 쪽으로 내려서자 집어 삼켜 버릴듯하던 바람도 잠잠해 집니다.

하산길은 지리산에 안긴듯한 평화로움이 있어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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