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달리고 또 달려 목표를 달성하다

머투리 2013. 11. 24. 19:36

달리고 또 달려 목표를 달성하다.

 

   무엇이 나를 2년 가까이 이 고통스러운 마라톤을 하게 만들었을까?

학창시절에 그다지 달리기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여태까지 운동에 매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내가 한여름의 무더위에 뒷산을 달리고, 매서운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는 나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주위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의 권유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백양산을 등산하면서 마주쳐 지나가는 달림이들을 보면 그네들의 건강에 감탄하면서 부러움을 느낀 것이 전부였던 내가 2년 동안이나 달리기에 매달리게 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단지 내 나름대로 남들과 다른 점은 성질이 좀 독하다는 것과 목표를 세우면 가능한 이루고야 마는 것입니다. 30분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40분이나 50분으로 초과 달성하려는 성질과 목표를 달성하고는 뿌듯한 마음과 다소의 마음의 위로를 느끼는 성질이 남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러한 성질이 이토록 나를 2년 동안이나 달리게 만든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지난 10월6일 광안대교 위를 달리는 부산일보 주최 바다하프마라톤에서 세찬 비바람을 맞으면서 기록으로 보면 남들에 비해서 초라한 기록이지만 2시간 5분대의 뿌듯한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이 대회의 안내 책자에 페이스 차트를 보고 하프마라톤의 목표 시간에 따른 각 1km마다의 통과시간을 안내한 것을 보고 이것을 프린트하여 활용을 해봤습니다. 사실 이것도 목표시간을 거리로 나눈 단순한 계산이지 신체의 피로도에 따라 각 구간의 시간을 분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마라톤은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고 21.0975km의 완주시간을 목표로 세부 목표를 따로 정하여 각 구간에서 성공적으로 레이스를 펼쳐야 전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너무나도 평범한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이 과정을 소홀히 하고 달리기만을 했습니다.

  

   이 레이스 차트를 인쇄하여 손목에 끼우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구간마다 목표시간이 정해지니 완주 예상시간을 예상하기가 쉬워지고, 각 구간의 1차 목표, 2차 목표를 차례로 이루어 가면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우리의 인생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한꺼번에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보면 실패하기 쉽고, 하나부터 차례대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최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우리 인생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그래서 마라톤은 우리 인생과 닮아있고, 마라톤은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계산된 방법에 의해 훈련을 해야 하는 하나의 과학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저것 문헌을 보고,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체력소모에 따른 영양 보충이라든지 식이요법과 대회 1개월 전부터 대회일 까지 훈련 분배에 따라 훈련하는 방법을 공부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마라톤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된 것입니다.

무릎 보호를 위한 테이핑 방법을 물리치료사에게 전수 받고, 대회전까지 지켜야할 식이요법을 철저히 지키고, 무조건 근육운동만 한다고 근육이 발달하지 않고 식이요법을 같이해야 한다는 것도 여러 문헌을 통해 알았습니다. 집근처의 헬스클럽에 가서 트레이너에게 이것저것 마라톤에 필요한 근육운동과 마라톤을 하고 난후의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 등을 배워 실천했습니다.

 

   드디어 대회일인 11월 10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자기 전에 챙겨두었던 마라톤대회에 가져갈 준비물을 다시 챙기고,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평소 장거리를 뛰었을 때 물집이 자주 생기는 새끼발가락을 반창고로 테이핑을 하고 토스트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습니다. 대회일 아침에 먹는 음식은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어야하고, 대회시간 약 2시간 전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몸은 단백질류를 소화시키는 시간이 가장길고(예: 닭고기 3시간 30분) 과일이나 주스를 소화시키는 시간이 가장 짧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과일이나 주스류가 가장 빨리 에너지원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몸의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합니다.

대회일 챙겨야 하는 것들도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준비물을 미리 써놓았다가 일일이 체크해야 합니다. 이제 준비물들로 가득한 가방을 메고 집사람의 마중을 뒤로하고 집을 나섭니다. 집 사람은 내가 마라톤 하는 것을 열렬히 응원해주는 한 사람입니다.

 

   신평 행 도시철도를 타는 순간부터는 미리 준비한 포카리스웨트를 마시기 시작 합니다. 작은 병 한 병(500ml)과 물 한 병(600ml)를 대회시간 30분 전까지 다 마셔야 합니다. 레이스 중에 땀으로 잃어버린 수분과 나트륨을 등 무기질을 보충해기 위해서입니다. 물이 우리 몸에 흡수되려면 나트륨과 포도당이 필요한데 이들이 충분하면 흡수가 빨라 소화기관에서 혈액으로 가는 시간이 짧아진다고 합니다.

레이스 중 땀을 많이 흘린 뒤 소금을 보충해주지 않은 상태로 물만 마시면 몸에서 마그네슘, 갈륨 등 무기질 부족으로 경련이 일어나거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음료에는 대부분 혈액이나 체액과 같은 농도의 0.9%의 나트륨이 들어 있고, 마그네슘, 칼륨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포츠 음료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자주 마시는 것은 우리 몸의 나트륨 함량을 높이기 때문에 고혈압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때만 마셔야 합니다.

 

   이것저것 마음의 준비와 신발 끈을 다시 매면서 준비하는 동안 신평역에 도착하여 다대포 대회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대회장에 도착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대회장에 도착, 옷을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스프레이로 무름과 종아리, 허벅지에 물파스를 뿌려 줍니다. 사실 대회 때마다 물파스를

뿌립니다만 그 효과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상을 예방하는 차원입니다.

 

 

                                            <2013년 10월10일 부산마라톤 출발 장면>

 

   물품보관소에 물품을 맡기고 몸을 풀면서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화장실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저 줄은 대변보는 줄입니다. 자칫 기다리다가는 출발시간을 놓치는 낭패를 볼 수도 있고 대회중 대소변을 봐야하는 급박한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미리 몸을 체크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사회자의 출발신호를 기다리며 발목운동과 허벅지를 뒤로 당겨 근육을 풀어 줍니다. 그리고 사람이 비교적 적은 곳에서 달려 봅니다. 보폭을 크게 하기도 하고 짧게 하기도 하면서 숨을 고릅니다.

 

   드디어 출발신호가 떨어지고 저 앞에 불꽃 축포가 울리고 공중에는 경찰 헬기가 선도하는 가운데 출발합니다. 출발 직후는 앞뒤 사람과 간격이 좁기 때문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무리하면 절대 안 됩니다.

   서서히 몸의 페이스를 올리기 위해 호흡을 깊게 해 봅니다. 뒤에서 출발했던 빠른 달림이들이 나를 추월해 가고 나 또한 느린 달림이 들을 추월해 가면서 뜁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달려 어느덧 을숙도 대교 아래를 뜁니다.

   저 멀리 오른쪽에 대동고등학교가 눈에 들어옵니다. 작년에 3학년 교과를 맡으면서 수능이 끝나고 대회가 있는 이 부산 마라톤에 처음 도전하게 된 것은 마라톤 후 부상이나 후유증을 염려하여 수능 후 수업에 지장이 없는 날을 잡게 된 것입니다. 대회 첫 참가 후 정확히 1년이 났습니다.

   북풍이 세차게 불어 바람을 안고 달리니 기록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을 하면서 초반 페이스를 잃지 않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속도를 올려보기도 하고 늦춰 보기도 하면서 달립니다. 숨이 어느 정도 고른 숨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몸이 열심히 달릴 준비가 되었나 봅니다. 어느덧 10km 반환점인 가락타운 입구에서 첫 반환점을 통과 합니다. 이제 바람을 등지고 달리니 레이스가 한결 수월해 집니다. 을숙도 대교까지는 속도를 올립니다. 이제 을숙도 대교 인터체인지를 돌아 대교 위로 진입합니다. 을숙도대교의 절반까지는 오르막이고 저 어딘가에 21.095km의 절반의 반환점이 있을 겁니다. 시계를 보니 아직 한 시간을 지나지 않았습니다. 요금소 까지 내리막길을 보폭을 늘려 달려 봅니다. 몸이 괜찮게 따라 줍니다. 도로 너머에는 하프를 1등으로 반환점을 돌아 뛰어오는 달림이가 힘차게 달립니다. 도무지 어떻게 저렇게 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아마추어 마라톤의 기록이 세계기록에 거의 근접한 기록으로 달립니다. 뒤를 돌아보니 2시간 페이스 메이커고무 풍선이 아직 저 멀리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두 시간 이내의 내 생애 최초의 기록을 달성하겠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요금소를 지나 명호사거리에서 2차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니 2시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는 달림이가 앞섭니다. 저놈의 고무풍선에서 뒤지면 기록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힘을 내어 봅니다. 대단한 실력들이구나! 페이스메이커가 시간이 너무 빠르게 잘못 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도무지 거리를 표시해두지 않아 제 페이스로 달리는지 어떤지를 모르겠습니다. 을숙도 대교 인터체인지를 지나 내리막을 내려서니 3km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1시간 35분이 지났습니다. 아 이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가 너무 빨리 달린 것입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페이스메이커가 속도를 늦추는 순간 앞서 달립니다. 이제 사진을 찍는 포즈를 생각하여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생수를 부어 닦아 내는 여유를 부립니다. 어느덧 저 멀리 골인점이 보입니다. 힘차고 최대한 밝은 얼굴로 뛰어 들어갑니다.

   사진사들이 나를 겨냥하고 있는 순간 팔을 힘차게 뻗어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하며 골인합니다. 전광판의 시계를 보니 1시간 57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나중에 문자로 온 기록을 보니 1시간 55분 48초입니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목표는 완주였고 이 목표가 아직 변하지 않았지만 기록을 깨고 보니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습니다. 누가 인정해 주는 사람도 없지만 나만의 성취감은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기분입니다.

 

 

                                                     < 힘차게 골인하는 모습>

     

     대회준비위에서 준비해준 물동이에서 물을 한바가지 머리에 끼얹고 기념품과 아까 맡긴 물품을 찾아 셔틀 버스에 오릅니다. 오늘의 목표달성 요인을 되돌아봅니다.

목표를 세운 것이 첫째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과 철저한 실천이 두 번째입니다.

대회일 몸의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과학적인 분석과 준비가 세 번째입니다.

그리고 너무 빨리 달린 것 같은 2시간 페이스메이커의 도움이 네 번째입니다.

신평역 앞에 있는 식당에서 시락국 한 그릇을 먹으며 마라톤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는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나의 제자들도 학창시절에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달성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철저히 준비하고 실천하여 나의 제자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행복한 삶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