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모르는병

배 터지게 먹었다.

머투리 2009. 3. 22. 14:09
 

배 터지게 먹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아내는 성당에 가고 집에서 어머니와 둘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뭘 챙겨줄려고 부엌에 들락거리시지만 정작 채려내지는 못하십니다. 
  집전화기로 전화 밸이 울려서 받아 보니 잘못 걸려온 전화입니다. 어머니는 무선화기를 들고 이미 끊긴 전화기로 계속 혼자 말씀을 하십니다. 전화기를 내려놓을  때 까지 기다려봅니다. 드디어 전화기를 내려놓으시고는 대구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자꾸 놀러 오라하는데 내가 여기 아들 집을 돌봐 줘야 되니 갈수도 없다고 하십니다. 언제부터 대구에 계시지도 않는 동생을 설정하고 말씀을 하십니다. 잘 찾아보지도 않는 대구 둘째 아들을 착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칼국수를 해먹자고 이제 막 성당에서 돌아오는 아내에게 말합니다. 아내는 즉석에서 밀가루와 콩가루를 내어 놓습니다. 나도 오랜만에 칼국수 반죽할 판과 홍두깨를 준비합니다. 계란 한 개를 풀어 넣고 반죽을 합니다. 밀가루와 콩가루조금을 넣어 무르지 않게 반죽합니다. 반죽이 끝나면 반죽한 밀가루를 얇게  홍두께로 밉니다. 어머니가 옆에서 반죽이 되다, 무르다, 밀가루 흩쳐라 이것저것 간섭하십니다. 간섭하시도록 가만히 시키시는 대로 따라합니다. 드디어 반죽을 다 밀어 얇게 밀고 난후 적당히 말아 칼로 썰 준비를 합니다. 몇 번 썰다가 어머니께 한번 썰어보시라 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바꾸십니다. 아내는 행여 손가락을 벨까봐 걱정입니다. 그런대 너무나 능숙하게 칼질을 하십니다. 우리부부는 놀란 얼굴로 서로를 쳐다봅니다. 옛날과 다름없이 칼국수 면이 얇게 썰어졌습니다.  

  하루 종일 역할도 없이 집에 계시게 하는 것이 정말 어머니께 미안합니다. 어디 마늘 까는 일이라도 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암튼 어머니가 얇게 썬 칼국수를 우리 세 식구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연신 말씀을 하십니다. “배가 터질 것 같다” 이렇게 맛있다는 표현을 또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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