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두번째 도전

백두대간 북진종주 18구간

머투리 2026. 1. 7. 20:17

백두대간 북진종주 18구간

산행일자: 2026년 1월 3일(토)
산행코스: 만수동계곡 – 피앗재 – 속리산 천왕봉 – 문장대 – 화북주차장
실제거리: 14.09km
산행시간: 8시간 (휴식 포함)
코스 세부
피앗재산장 → 1.6km → 피앗재 → 5.66km → 천왕봉 → 2.56km → 신선대 → 1.17km → 문장대 → 3.1km → 속리산국립공원 화북탐방지원센터

겨울등산 채비, 그리고 등산의 시작
오늘 대간 길은 속리산 천왕봉(1,058m)을 넘어 속리산 주능선을 걷다가, 백두대간을 벗어나 문장대에서 화북주차장으로 하산하는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웅석봉에서 시작된 백두대간 북진 종주 이후 처음 만나는 화려한 바위산이다. 바위산인 만큼 위험 요소도 많지만, 그 위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장쾌하고 압도적인 풍광은 직접 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다.

오늘 하루, 백두대간 원정대는 속리산(俗離山)에 스며들어 속세를 잊을 것이다.

  드림산악회 9기 원정대를 태운 버스가 만수동(속리산면 만수리) 입구 정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 30분.

  만수동은 옛날 만세암이 있어 ‘만세동’이라 불렸던 마을이다. 조선 현종 때 충청도 관찰사 임의백의 묘가 마을 뒷산에 조성되면서 임의백의 묘를 관리하기 위해서 승려들이 머물던 만세암이라는 암자가 있던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후 만세암이 불타 사라진 뒤 묘를 관리하며 토지를 소작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 마을이 형성되어 ‘묘막리’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 혹한에 대비해 기모 타이즈 하의를 입고, 기모 티셔츠 위에 패딩과 바람막이 고어 재킷을 겹쳐 입었다. 후드 넥워머로 얼굴을 가리고, 발과 배꼽 아래, 어깨에 핫팩을 붙였으며 주머니에도 핫팩을 하나씩 넣었다.
  영하 10도의 날씨였지만 바람이 없고 준비를 충분히 해서인지 생각보다 춥지는 않다.

  문 대장의 구호에 맞춰 대원들은 체조를 시작하지만, 나는 등산 채비를 챙기느라 체조에 참여하지 못했다. 겨울 대간은 늘 이렇게 바쁘게 시작된다.

  등산 스틱을 조정하고 장갑을 끼며, 등산화 끈을 다시 한번 단단히 조여 맨다.
기념사진을 찍고 만수리 마을 끝집을 지나 대간길에 들어선다. 마을 끝집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이고, 이후에는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이 이어진다. 드문드문 눈이 흩뿌려져 있지만 미끄럽지는 않다.

희미하게 비치는 보름달 아래 헤드랜턴을 켜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오른다.
오늘은 음력 11월 보름. 달빛 아래 속리산 천왕봉이 희미하게 위용을 드러낸다. 천왕봉은 이름 그대로 사방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산이다.
오전 7시 20분, 접속 구간인 피앗재 표지목에 도착한다.

피앗재 표지목

피앗재와 속리산 천왕봉
  피앗재(639m)는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과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의 경계를 이루며, 속리산과 형제봉을 잇는 고개다. 원래 이름은 ‘피화재’로, 전란의 화를 피해 만수동으로 넘어가던 고개라는 뜻이다.

피앗재에서 왼쪽 등산로로 접어들어 오르막을 오른다. 동쪽 하늘이 붉게 타오르며 여명이 밝아온다. 연신 오른쪽으로 밝아오는 여명을 바라보지만, 해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639봉을 앞에 두고 나뭇가지 사이로 일출을 맞는다. 잠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다가 다시 오름을 이어간다.

2026 년 1월 4일 일출


725봉을 넘어서자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뒤로는 지난 구간에서 넘어온 형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손과 볼, 귓불이 시리다. 모자와 장갑을 여미고 핫팩으로 손을 녹인다.
그제야 ‘아, 내가 백두대간을 걷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없어 추위를 크게 느끼지 못한 채 걷다 보니, 이 길이 백두대간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경사가 점점 가팔라진다.
천왕봉 1.6km 이정표를 지나자 갑자기 조망이 터지며 발아래로 산군이 펼쳐진다.


천왕봉 0.6km

0.6km 이정표 이후부터는 바위 암벽 사이로 길이 거칠어진다. 바위를 붙잡고 오르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마침내 속리산의 주봉, 천왕봉(天王峰)에 선다.

천왕봉 정상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본 산군
천왕봉에서 문수봉방향
천왕봉에서 서쪽방향


잠시 압도적인 풍광 앞에서 말문이 막힌다. 정말 속세를 떠난 듯하다.
속리라는 이름의 유래는 진표율사(신라중기의 고승)가 금산사를 중창하고 점찰법회를 열었는데, 어느 날 꿈속에서 ‘속리산을 찾아가 미륵불을 세우라’는 미륵보살의 계시를 받고 신라 선덕왕 5년(784년) 속리산을 향하던 도중 소달구지를 타고 오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때 소달구지를 끌던 소들이 진표율사 앞에 무릎을 꿇고 울어대는 것이었다. 이것을 보고 달구지를 타고 있던 사람이 진표율사에게 물었다.
“이 소들이 어찌하여 울며, 스님은 어디에서 오시는 길입니까?”
진표율사가 말하기를
“나는 금산사의 진표라는 사람이요. 나는 미륵보살과 지장보살에게서 계법을 받아 절을 짓고 오래 수도할 곳을 찾아오는 중이었소. 이 소들은 내가 계법을 받은 것을 알고 불법에 경배하는 마음에 꿇어앉아 우는 것이오.”
달구지 주인이 진표율사의 말을 듣고 다시 말하기를
“축생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에게서 어찌 신심이 없겠습니까.” 하며 스스로 낫으로 머리카락을 잘랐다. 진표율사는 그를 다시 삭발해 주고 제자로 삼았다.
이 때문에 속리산은 “속세를 떠나는 산”이라는 ‘속리(俗離)’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속리산 천왕봉과 속리산의 주능선
천왕봉에서 남쪽으로는 백두대간의 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새파란 하늘 아래 이어지는 산의 실루엣은 단순하면서도 장쾌하다.

  잠시 속세를 잊은 듯 속리산을 조망하다가 속리산 천왕봉을 내려선다. 하산 길은 바위사이로 절벽사이로 내려서야 한다. 또한 녹지 않은 잔설로 바위길은 미끄럽다. 몇 번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는 아찔한 경험을 한 뒤에야 아이젠을 착용한다.

고릴라바위
조릿대

  천왕봉 아래 헬기장을 지나며 길 양옆으로 죽은 조릿대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본다. 기후 변화 때문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법주사 갈림길을 지나 상고석문을 통과한다.
상고석문(上庫石門)은 ‘진실한 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다’는 전설이 깃든 석문이다. 상고석문을 지나는 순간 지금의 세계와는 단절하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기분이 든다.
석문을 나와 고개를 드니 비로봉(1,032m)이 모습을 드러낸다.
“비노자나불”, 즉 “모든 곳을 두루 비춘다.” 는 뜻의 비로봉이다.

속리산의 주능선은 화강암과 침식된 퇴적암이 어우러져 절묘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멀리서도 단번에 속리산임을 알아볼 수 있는 위용이다.

그리움과 신선대 휴게소
국립공원의 주능선에서 막걸리를 판매하는 유일한 곳이다. 국립공원 지정이전부터 임대를 받아 영업해 온 신선대휴게소는 아직도 영업을 해오고 있다. 산 꾼들은 이런 곳이 있어 색다른 추억과 먹을거리로 반갑다. 오늘은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도시락을 싸 오지 않았다.

신선대 표지석
신선대 휴게소


라면을 사 먹기 위해서 신선대 휴게소를 들어서자 앞선 대원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라면을 주문하고 앉아 있으니 시켜놓고 있으니 문호님과 종성님이 들어오신다. 라면과 준비해 오신 음식을 나누어 먹고 모주까지 한잔씩 나누어 먹는다.
추워서 그런지 휴게소에 등산객은 그리 많지 않다.

  산행 중에 이런 호사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선대휴게소는 주인장의 나이와 국립공원 내라는 것과 여러 문제들이 겹쳐 언제까지 문을 열 수 있을지 모른다.
신선대휴게소를 지나 청법대를 올라서는 길은 웅장한 바위에 홈을 파서 계단을 만든 것이 특이하다.

이 계간을 지날 때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항상 의문이 든다.
문수봉(文殊峰)을 올라서자 문장대가 선물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아득한 산줄기의 실루엣이 문장대를 에워싸고 엎드려 있다.

문장대와 비탐구간
  
문수봉에서 가벼운 길을 걸으면 옛날 문장대 휴게소가 있던 쉼터에 도착한다.

옛날 문장대 휴게소 터


옛날 화북분소에서 이곳에 올랐을 때는 휴게소 앞 바위 위에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 배낭을 내려놓고 스틱만 들고 문장대를 올라간다. 문장대를 올라가는 계단은 올라가는 계단과 내려오는 계단을 구분을 해 놓아 교행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문장대 정상은 풍화혈이라고 하는 울퉁불퉁한 바위 홈과 물이 고인 홈에는 얼음이 얼어 있고, 가장자리는 철 난간이 둘러쳐져 있다.
문장대에서 남쪽으로는 바위로 이루어진 속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문장대에서 북쪽으로는 밤티재를 넘고 늘재를 지나 청화산, 조항산과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문장대 넘어 늘재방향


문장대를 넘어가면 암릉길과 험한 바위가 겹겹이 둘러쳐져 위태롭게 대간길을 이어가고 있다.
우린 비탐구간을 버리고 대간길을 벗어난 화북 탐방지원센터로 하산을 한다. 화북탐방지원센터로 향하는 길은 조릿대 길을 잠시 지나면서 얼음이 얼어 있는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 길이라 위험하다.

꽁꽁언 계곡

  얼음이 얼어 있는 위험한 계곡 길을 따라 내려가다 안전한 곳에서 아이젠을 벗고 내려서니 속리산 국립공원화북 탐방지원센터에 닿는다. 탐방지원센터는 넓은 주차장과 잘 꾸며진 화장실이 눈에 띈다.

화북 탐방지원센터

14시 30분 8시간의 대간을 마치고, 주차하고 있는 대간 버스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