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도전

60대 중반의 제주환상길 도전기

머투리 2019. 4. 1. 10:41

제주공항에서 용두암까지
자전거 라이딩 초보다. 어릴 때 남의 자전거를 몇 번 타보고 경주나 동래 온천천에서 자전거를 빌려 몇 번 타본 것이 전부인 중늙은이의 무모한 도전기다. 평소 헬쓰로 체력을 단련시키고, 가끔 마라톤대회에는 참가하였지만 스포츠 마니아는 분명 아니다. 평소 자전거라이딩을 즐기는 김교장이 일년전부터 권유했지만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김 교장은 제주도 자전거 대여점에 결재를 했고 난 비행기를 예약하고 김해공항에서 만나 7시에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8시경 자전거 대여점 픽업차량으로 대여점에서 하루 1만원의 저렴한 자전거를 빌리고 안전모를 전 일정에 3000원에 빌리고 간단한 제주 환상길 설명과 주의사항을 듣고 용두암으로 출발한다. 원래 공항에서 인증책자를 구입해서 인증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인증책자를 구할 수가 없어 관광안내소에서 간단한 제주화상종주길 지도를 구하여 거기에 도장을 찍기로 하고 인증도장을 찍고 30여년 만에 용두 암도 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두 분 종주길 을 마치고 용두암에 도착하는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용두암에서 다락쉼터까지
다음 목적지 다락쉼터까지 21km를 달려야 한다. 이제 시작이기도 하고 은근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김 교장은 저 멀리 가고 좁은 자전거 길을 조심조심 달려본다. 바람은 맞바람이 분다. 날씨가 싸늘하다 못해 춥다. 소지품을 모두 가지고 라이닝을 해야 하기에 두꺼운 옷을 가져오지 않았더니 추위가 걱정이 된다. 멀티스카프로 목과 얼굴을 감싸고 달리지만 얇은 옷 탓인지 바람이 온몸으로 파고드는 느낌이다. 앞으로의 라이딩이 걱정이 된다. 저 멀리 다락쉼터가 보이고 김 교장이 자전거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다. 21km를 거의 2시간에 달려온 것이다. 너무 느리다.
다락쉼터에서 해거름마을공원까지
다락쉼터에서 잠시 휴식하고 다시 옷과 장비를 여미고 출발하니 기온이 다소 오른듯하다. 애월항 어느 식당에서 멍게 비빔밥으로 제주도 첫 식사를 마치고 아름다운 애월항해변을 달리지만 추위와 맞바람 때문에 경치를 감상하지도 못하고 달리지만 속도는 붙지 않는다. 기온은 한결 나아 졌지만 맞바람은 역시 세다. 백년초밭들을 지나 해거름마을 공원쉼터인증센터에 도착한다.
인증센터에 들어가 도장을 찌고 주변을 둘러보니 해변에 상자두개를 포개놓은 듯한 카페가 보인다. 2층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지만 1층에 전기난로를 켜놓아서 거기앉아 백년초 주스를 시켜 먹는다. 계산대에 여주인이 이것저것 말을 걸어주어서 한결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바람이 많이 불어 힘들었다고 하니 이런 바람은 바람도 아니란다. 그리고 이 쉼터에서 환상길 종주를 접든지 , 아니면 성공하든지 하는 쉼터란다. 아마도 체력이 못 버티면 여기서 점프를 하든지 접어야 한단다. 엉덩이가 정말 아프지만 아직 힘은 남아있는 듯하다.
해거름마을공원에서 송악산까지
송악산 인증센터까지는 35km 인증센터구간으로는 가장 긴 구간이다. 송악산까지 못가서 어두워지면 중간에서 오늘 일정을 마치기로하고 달린다.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몰라 숙소를 예약할 수 없었다. 이런 바람은 바람도 아니라는 맞바람과 추위와 싸우며 달려보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다. 엉덩이는 감각이 없다가도 생각나면 정말 아프다. 엉덩이를 들어서 달리기도 하고 엉덩이 한쪽으로 지탱하고 달려보지만 오래 달릴 수가 없다. 달리다 쉬고 달리다 쉬고 하니 저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송악산인증센터는 그보다 조금 가까이 있다. 7시 어둑어둑해질 무렵 송악산 인증센터에 도착하여 자전거대여점에서 알려준 산방산 탄산온천을 갈려고 전화를 걸었다. 가는 길을 물으니 내비게이션을 켜고 오시면 되요 하면서 끊어버린다. 헐 자전거에 휴대폰 거치대도 없는데 어떻게 내비를 켜고 가지? 또다시 전화를 하여 지금 자전거로 이동 중이고 내비게이션이 없어서 그러는데 길을 가리켜 달라고 하니 또다시 “네비 켜고 오세요” 그런 안내라면 안내 전화는 왜 있지? 끝없는 의문을 가지며 탄산 온천가는 걸 포기하고 자전거를 끌고 주변 식당에 들어가려고 자전거를 세울 자리를 찾으니 자전거방 주인이 자기 가게에 대라고 한다. 알고 보니 우리가 저녁 먹기로 한 식당 사장님이다. 해물탕과 제주 막걸리로 얼큰해진 몸을 이끌고 식당사장님이 소개해준 펜션에 들어가니 이외로 따뜻하고 넓다. 5만원에서 평일이니 깎아 달라고 하니 깎아 주지 않으신다. 피곤했는지 눈을 떠보니 새벽 5시다.
송악산에서 법환바당까지
짐을 챙기고 6시에 숙소를 나선다. 새벽에 산방굴을 답사하기로 했다. 아침공기가 싸늘하지만 바람은 그다지 세게 불지 않는다. 자전거를 계단입구에 세워 놓고 산방굴사까지 올랐다가 사진 한 장 찍고 내려오니 7시다. 근처에 식당도 없고 환상길을 벗어나면 찾기도 힘들고 시간도 없을 것 같아 환상길을 따라 가다 아침을 해결하기로 하고 2일째 라이딩을 시작한다. 중문 관광단지를 지나 법환바당, 쇠소깍, 표션해변, 성산일출봉까지 94km의 라이딩이다. 목표는 성산일출봉인증센터이지만 체력과 시간을 체크하면서 오늘 묶을 숙소를 정하기로 하고 라이딩을 시작한다. 중문관광단지까지 오르막의 연속이지만 아직 바람이 세지 않고 어제보다 날씨가 온화한 것 같아 엉덩이가 아픈 것을 제외하면 컨디션은 좋다.
9시가 훌쩍 넘었지만 식사할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 없어 편의점에서 빵과 햄버거, 음료수로 아침을 때우고 중문관광단지 안으로 들어서는데 환상길 파란선이 보이지 않는다. 이쪽 저쪽 길로 달려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니 없다. 김 교장과 이 길로 가보자, 저길로 가보자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고 시간만 흐른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똑같이 길이 아니다. 네비지도로 찾아보지만 법환마당이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법환마당이 아니고 법환바당이다. 지도와 사람들의 안내와 육감을 동원하여 어느 한곳으로 달리자. 저기 바다가 있는 동쪽으로 가보자. 동쪽 해변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서 바다가 보이는 도로로 접어드니 파란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파란 선은 거기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저 파란 선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잊어버리면 시간이 늦어진다. 파란선을 따라 계속 해변을 달리니 법환바당인증센터가 바닷가에 반갑게 서있다.
법환바당에서 쇠소깍가지
해변의 시멘트 바닥에 앉아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다시 출발한다. 해변에서 이제 주택가로 가파른 오르막길로 환상길 파란선이 있다. 헐떡거리며 언덕길을 오르니 “우회전“ 여자목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니 언덕위에 조그마한 포장마차 가게 주인이 길을 가르쳐주는 소리다. 얼굴도 보이지 않지만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내리막길을 달린다. 잘 조성된 바닷가 탐방 길을 따라 달리다 4차선 국도를 따라 파란환상길라인이 있다. 긴 내리막길과 긴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언제 따라 왔는지 젊은 피들은 쏜살같이 사라진다. 오늘 일정이 너무 빡세서 해변으로 나있는 파란선을 버리고 이길을 계속 달리면 시간이 조금 단축된다는 젊은 피들의 가르침으로 4차선 국도를 따라 달린다. 해변과 만나는 곳에 쇠소깍 인증센터에 도착하여 인증도장과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쇠소깍에서 표선해변까지
맛집으로 소문난 아서원 짬뽕집을 찾아 나선다. 바로 옆에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가보니 파란선과 많이 벗어나 있다. 식당을 들어서니 손님들로 빼곡하다. 상이 치워지지 않은 자리를 잡고 물을 달라니 ”셀프예요” 아픈 엉덩이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짬뽕을 주문하니 선불이란다. “이룬 가게도 있나” 그래도 어쩌나 다른 식당에 갈 힘도 없고 ......맛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불편을 감수 할 건데 …….
표선해변에서 성산일출봉까지
다시 환상길로 되돌아와 표선해변을 달린다. 엉덩이의 고통을 제외하면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잦아들고 달릴만하다. 유채꽃과 아름다운 해변길을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고 보람이 있다. 이런 상태라면 성산일출봉까지는 도착할 것 같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젊은 피들이 일러준 큰길을 따라 달린다. 긴 오르막과 긴 내리막 구간이 반복된다.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성산일출봉이 눈앞에 보인다. 파란선을 찾지 못해서 지도를 보니 광치기 해변이다. 이 다리를 따라 계속가면 성산일출봉이다. 다리를 건너니 왼쪽 해변을 따라 파란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갑문다리 건너 성산일출봉을 확인하고 인증은 내일하기로 하고 숙소부터 정하기로 한다. 도로가 어두워져서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 들어가서 호텔을 검색하니 근처 700m에 49,000원의 호텔이 검색된다. 식당안의 손님들에게 길을 묻고 식당을 나온다. 그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으나 중국 꼬치집이라 그냥 양해를 구하고 나왔다. 이미 어두워 졌으니 자전거를 끌고 호텔을 찾아 들어갔다. 호텔에 도착하여 숙박비를 물으니 8만원이란다. 아까 검색한 예약사이트에 다시 접속하여 예약하려니 49,000원이던 호텔 숙박비가 62,000에 검색된다. 헐 13,000원이 짧은 시간에 올랐다. 무엇보다 그 가격에도 예약이 안 된다. 호텔 계산대에 이 금액으로 검색된다고 하니 64,000원에 결재하란다. 일단 자야 되니 결재하고 자전거를 맡기고 근처 식당으로 가서 3만 원짜리 고등어찌개를 시키니 고등어가 3~4토막이고 아주 작다. 너무 심하다. 허기를 떼우고 호텔로 가서 오늘 여정을 마친다.
성산일출봉인증센터에서 김녕성세기인증센터
7시 호텔에서 나와 근처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고 8시경 마지막 일정의 제주환상상길 종주를 시작한다. 갑문교를 지나 성산일출봉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찌고 여유로운 63km의 마지막 라이딩을 시작한다. 갑문교를 지나니 환상적인 자전거길이 펼쳐진다. 잔잔한 바닷바람에 깨끗하고 완전 평지의 혹은 내리막길의 환상길이 이어진다. 거침없이 달린다. 아픈 엉덩이가 아니면 환상의 자전거 길이다. 월정해변의 에메랄드 빛 바다와 잔잔하고 따뜻한 바닷바람까지 불어주니 그동안의 피로가 씻어지는 기분이다. 김녕성세기인증센터에 11시에 도착하여 아름다운 해변을 감상하고 어묵과 호떡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함덕서우봉해변을 향해 달린다.

김녕성세기해변에서 함덕서우봉까지
어제와 달리 자전거길이 너무나 편안하게 잘 정비되어 있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은 차도와 자전거 길을 넘나들며 달린다. 한 시간에 15km 이상를 달리는 것 같다. 합덕 해수욕장 근처로 접어드니 자전거길이 좁아지고 파란선만 있고 자전거길이 확보되어 있지 않는 구간이 있다. 도로와 인도를 넘나들다 인도 턱이 너무 높아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마는 사고가 났다. 다행이 다친 곳이 없어 툭툭 털고 일어나 달린다. 이제 자전거를 타고 내릴 때는 엉덩이가 저 깊은 곳까지 아프다. 여기서도 젊은 피들은 생생달리지만 김 교장과 나도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 인증센터인 함덕서우봉인증센터에서 인증 도장을 찍고 해변 길 근처에서 전복 비빔밥을 시켜먹는다. 원래 계획은 오늘 까지 라이딩을 마치고 내일 아침 비행을 타려고 했으나 일정을 당겨 오늘 비행기를 타기로 한다.
함덕서우봉에서 자전거대여점

식당을 나와 마지막 구간인 자전거 대여점 까지 약 20km를 달리면 제주 환상길종주라이딩을 마치게 된다. 시내가 점점 가까워지니 자전거길이 좁아지고 횡단보도가 많아지고 자전거길이 좋지 않다. 도로 공사구간과 신호등을 지나는 조금은 긴장하여야 하는 구간이다. 사라봉 오른쪽해변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보니 제주항이 눈앞에 펼쳐진다. 파란선을 따라가니 수십개의 계단 쪽으로 파란선이 그어져 있다. 이 구간은 자전거를 매고 가야하는 구간이다. 자전거를 들 힘도 없고 꼭 그렇게 가야하는 것도 아니니 우회길을 택한다. 시내 주택가의 한적한 길이지만 좁고 차들도 다니는 길이라 위험하기도 하다. 천천히 달려 골목길을 지나니 시내 큰길을 만난다. 이제 자전거 대여점으로 찾아가면 되는데 도무지 길을 모르겠다. 내비를 보고 주변 건물을 보고 하기를 여러번 끝에 중앙파출소를 지나 북초등학고 근처 자전거대여점으로 자전거를 반납한다. 이 나이에 젊은이들도 힘들어 하는 제주 환상길를 종주했다는 뿌듯함이 그 동안의 피로를 씻어준다. 다소 불편한 구간과 부족한 구간이 있었으나 제주시에서 환상길을 개설하면서 여러 많은 고민과 수고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환상길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택시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예약한 비행기는 취소하고 6시 35분 김해행 비행로 제주환상길종주를 마감한다.

'백두대간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에 도전하다.  (0) 2022.05.15
등산로를 만들었습니다  (0) 2021.09.16
이 추위에 천왕봉을 오르다니...  (0) 2013.01.03
경주 보문단지의 벗꽃  (0) 2012.04.16
무척산, 봉화산  (0) 2011.11.11